시애틀에서의 둘째 날엔 랜드마크인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 쪽에 가보기로 했다.
시애틀 시내가 생각보다 크지 않고 교통티켓으로 환승이 돼서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스페이스니들 앞에 도착해서 전망대를 올라갈까 고민하다가 금액도 저렴하지 않은데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날이 화창하지 않아 이럴 때 전망대 올라가면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아쉬웠던 때를 생각해서 굳이 올라가지 않았다.
바로 옆에 공원처럼 조성된 시애틀 센터가 있어서 산책하듯이 둘러보는데 오목하게 파인 공간 가운데 반원형 철제 구조물에서 사방으로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직은 썰렁한 날씨라 우리는 위에서 둘레를 돌면서 구경하고 있는데 물이 튀길 수 있는 위치까지 아이와 함께 최대한 가까이 앉아 구경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현지인은 강하다는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공원을 둘러봤다.
시애틀의 날씨가 맑고 좀 더 포근했으면 좋았겠지만 샌프란시스코나 LA의 주요 관광지에 비해서 붐비지 않아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 후에 그 근처 작은 쇼핑몰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고 구경을 하는데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중엔 속도 불편해서 남편한테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갔다가 계속 토하느라 한참을 못 나오니 남편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걱정을 하면서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도저히 더 구경을 할 컨디션도 안 되고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기도 힘들어서 우버를 불러서 타고 가는 내내 차 안에서 또 토하지 않으려고 애써야 했다.
평소 두통이 아예 없어서 남편의 편두통이 힘들겠단 생각을 하면서도 얼마나 괴로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는데 이날이 돼서야 머리가 아프다 못해 속도 불편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됐다.
짧은 시애틀에서의 시간 중 아까운 하루를 아파서 숙소에서 보내려니 너무 아까웠고 다음날 저녁이면 이동인데 그전에 몸이 좋아지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집에서 약을 먹고 쉬다 보니 컨디션이 돌아왔다.
그래서 집 근처 슈퍼마켓에 산책 겸 나가서 소화가 잘되는 과일 종류를 더 사 와서 저녁으로 먹고 다음날 체크아웃 후의 계획과 공항으로의 이동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하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시애틀에서의 마지막날, 몸이 확실히 회복됐음에 안심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체크아웃하고 짐을 맡긴 후 공항 가기 전에 시내 구경을 더 할까 했는데 아침부터 비가 꽤 많이 내리고 날도 추워서 숙소 주변 동네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숙소 바로 근처에 스벅이 있어서 거기서 샌드위치와 음료로 브런치를 먹으며 공항에 가기 전 시애틀에서의 마지막 저녁 메뉴도 정하고 다음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단독주택이 쭉 이어져있는 거주지역의 정원마다 다르게 심어놓은 꽃도 구경하고, 조금 걸어 나간 상가에 소품을 파는 상점 등 여러 가게를 하나씩 들어가 보며 구경을 했다.
그러다 출출해졌을 때쯤 우리가 스벅에서 미리 찜 해났는데 지나가면서 봤을 때도 사람이 많아서 기대했던 포 댄 브라더스(Pho Than Brothers)라는 베트남 음식점에서 쌀국수도 먹었다.
비 오는 날 따뜻한 국물은 역시 좋은 콤비였고 시애틀은 베트남음식 맛집이라는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가방을 찾으러 숙소로 돌아갔다.
보통은 숙소에서 짐을 찾고 긴 이동을 하기 전에 숙소의 화장실을 마지막으로 이용하는 편인데 시애틀에선 생략했는데 숙소의 화장실에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1층의 주방과 거실을 공용구역으로 두고 주인이 단독주택의 지하 방과 욕실을, 1층의 방 2개와 화장실을 투숙객들이 사용했는데 다른 방의 장기 투숙객이랑 화장실을 공유하는 게 어려웠다.
주인 말로는 성인인 아들이 정신적인 아픔이 있고 엄마랑 둘이 여행 중이라 했는데 화장실 변기에 말 그대로 엄청난 똥칠(!)을 해놔서 주인이 와서 닦았는데도 완전히 깨끗하게 닦이지 않았다.
그리고 화장실이 우리처럼 방 밖에서 통하는 문과, 다른 손님들의 방에서 직접 통하는 문 두 방향으로 있어 그 방에서 통하는 문을 막아놨음에도 아들 손님이 계속 문을 두드려서 씻을 때도 너무 신경이 쓰이고 무서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주인은 정말정말정말 미안하다며 자기가 쓰는 욕실을 쓰라고 했는데 거긴 그 집 개 여러 마리가 함께 쓰고 있는 상황에 청소가 되지 않아 비슷하게(?) 지저분했다.
보통은 최대한 밖에서보단 깨끗한 숙소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여기선 화장실 가고 씻는 시간이 제일 힘들었다.
어쨌든 짐을 찾아 처음 공항에서 숙소에 왔을 때와 반대로 숙소에서 다운타운을 갔다가 시애틀 공항으로 이동했다.
버스에 내려서 언덕에서 건물 사이로 보이는 시애틀 바다가 처음 도착해서 봤을 때 그대로 운치 있어서 다음 기회가 된다면 이 도시에서 좀 더 긴 시간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시애틀, 그리고 미국에서의 마지막 여행을 마치고 오랜만에 다음 나라로 이동할 때가 됐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가까워오면서 여행의 시작이었던 동남아 대륙에서의 따뜻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긴 항공 이동이 동반될 여행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