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시아대륙, 12번째 나라, 2번째 도시
거북이를 정신없이 따라다니다가 발리의 뜨거운 햇살에 예상치 못한 화상을 입은 다음날 하필이면 숙소 에어컨도 문제가 생겨서 낮에 나름 그늘이 만들어지는 우리 숙소의 방문을 열어놓고도 너무 더웠다.
인도네시아는 더운 나라지만 우리가 여행한 기간이 4월이어서인지 바람이 잘 통하고 그늘에 있으면 에어컨이 없어도 견딜만했다. 그렇지만 막힌 공간은 더울 수밖에 없어 에어컨이 선풍기처럼 나오는 한낮의 숙소는 몸 컨디션이 좋아도 견디기 힘들 정도인데 화상까지 입어 몸이 뜨거우니 더 힘들었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더 시원한 곳을 찾기에는 화상 입은 곳의 살이 당겨서 가만히 누워있을 때 말고는 아프다 보니 숙소 주인에게 얘기를 했는데 전력량이 부족해서 너무 더울 때는 에어컨도 기능을 잘 못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왜 선크림을 제대로 바르지 않아서 하필 약국도 없고 낮엔 에어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자원이 부족한 섬에서 화상을 입었는지 후회가 됐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수도 없으니 계속 차가운 물,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수건을 차가운 물에 묻혀서 등과 다리에 올려놓으며 몸을 식혔다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나니 여전히 화상부위가 어딘가에 닿으면 아파 조식을 먹을 때 의자에 앉을 때도 조심해서 앉긴 해야 했지만 걸을 만은 해졌다.
다른 곳도 아니고 맑고 색도 예쁜 바다를 코앞에 두고 숙소에만 있기 아쉬워서 동네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바다를 보니 뛰어들어가고 싶은데 그러다간 진짜 큰일 날 거 같아서 꾹 참아야 했다.
단 걸 좋아하는 우리 부부의 경우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데는 역시 단 게 최고인지라 젤라또를 하나씩 사들고 먹으면서 스쿠버다이빙 훈련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바다에서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도 부러운 시선을 담아 구경했다.
바다에 들어가지 않아도 아름다운 파란색으로 배경이 되어주는 바다 앞에서 사진도 찍고 천천히 섬 둘레를 걸으면서 점심과 저녁을 먹을 식당도 찜해놓고, 저녁이면 이 섬에 여행 온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모이는, 아름다운 노을풍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 위치도 확인했다.
화상이 피부병으로 악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실상 더 이상의 바다 물놀이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섬에서 일찍 나갈까 생각도 해봤는데 섬에서 나가는 패스트보트와 다음 여행지의 숙소를 다시 검색해야지 말은 하면서도 계속 하루씩 미루게 됐다.
하루는 해변가에 누워서 과일주스를 마시며 멍 때 리거나 남편과 수다를 떨다가, 하루는 우연히 발견한 식당이 맛있어서 한 번 더 갈 계획을 세우다가, 하루는 그늘 진 숙소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거나 숙소에 엄청 많은 고양이들과 놀아주다가 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가서 섬을 나갈 계획은 계속 무산됐다.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우리인지라 일부러 섬을 찾아온 만큼 물놀이를 못 한 건 아쉽지만 별거 안 하고 보내는데도 하루가 즐겁고 빠르게 지나가는 걸 또 경험하게 되니 꼭 하겠다고 생각한 걸 못하게 되는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길리 트라왕안에서의 스노클링 화상 사건은 우리에게 뭘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움이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라는 걸 깨닫게 해 줬다.
7일간 섬 안에서 잘 먹고 잘 쉬다 보니 다시 발리 쪽으로 이동할 날이 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마지막 여행지인 우붓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아름다운 섬에 마음속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섬에서 나갈 때는 들어갔을 때의 완전한 역순으로, 패스트보트를 타고 빠당바이 항구로 나가서 거기서 기다리는 보트회사와 연계된 차를 타고 우리의 다음 여행지인 우붓 숙소 앞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항구에서 픽업을 할 때 승합차의 지붕에 짐을 다 올리고 우붓으로 가는 다른 여행자들과 빽빽하게 앉아서 이동했지만 내가 교통편을 따로 알아보지 않아도 되고 비용도 무료라는 장점 덕분에 불편함을 모두 이겨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