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롬복 길리 트라왕안 2

다시 아시아대륙, 12번째 나라, 2번째 도시

by 해피썬

물놀이를 좋아하는 남편과 내가 너무나 기대한 스노클링을 하는 날, 숙소에서 조식을 먹고 바로 바닷가로 향했다.

길리 트라왕안은 섬에 가까운 바다에서도 거북이를 볼 수 있는 걸로 유명한데 특히 <윤식당 1> 촬영지였던 식당 앞 바닷가가 여러 거북이 발견 장소 중 하나라고 해서 스노클링 장소로 정했다.


우리가 갔을 당시에는 촬영했던 식당을 다른 한국인이 인수해서 'Teok Cafe'라는 이름으로 상호와 간판을 바꿨지만, 예능에서 봤던 것과 식당 구조, 테이블, 야외 테이블과 그 앞에 놓인 썬베드까지 똑같은 모습이라 반가웠다.

(글을 쓰면서 검색해 보니 이 자리는 2023년 리모델링이 돼서 예능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숙박까지 가능한 한식당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스노클링 하면서 중간중간 식당의 썬베드를 쓰기 위해서 이미 조식을 먹고 왔지만 얼마든지 간식처럼 또 먹을 수 있는 라면 2개를 시켜서 먹고, 추가로 수박주스 2개를 주문해서 썬베드 옆 작은 테이블에 올려 자리를 맡았다.

식당 주변에 현지인들이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주고 있어서 스노클링에 나를 위한 구명조끼 1개와, 바다수영이 가능한 남편을 위한 핀 1개를 추가로 대여해서 본격적인 스노클링을 시작했다.


터틀포인트라더니 정말 바다에 들어간 지 얼마 안돼서 바로 거북이를 발견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3마리를 동시에 발견했는데 엄청 깨끗한 바닷물 속에서 시야도 선명해서 남편도 나도 신나게 거북이를 따라다녔다.

육지에 있을 땐 느린 거북이가 물속에선 얼마나 빠른지 핀까지 껴서 더 빨리 앞으로 나가는 남편도 금세 쫓아가던 거북이를 놓치고 곧 다시 발견되는 다음 거북이를 따라가곤 했다.


신나게 놀다가 나는 먼저 지쳐서 수영복 위에 입고 왔던 원피스를 다시 입고 선베드에 누웠는데 선베드에 직접 닿는 다리 쪽이 쓰라렸다.

남편과 나 둘 다 선크림을 한 번만 바르고 물속에 얼굴을 넣고 등을 하늘로 보인채로 내내 꽤 오랜 시간을 정신없이 놀았더니 둘 다 등이랑 다리 뒤쪽이 거의 화상 수준으로 빨갛게 익었다.

나는 그나마 구명조끼를 입어서 등은 덜했는데 남편은 상의를 탈의한 채 맨몸으로 스노클링을 하다 보니 나보다 훨씬 심하게 화상을 입어서 서둘러 물놀이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앉아있는 다리가 점점 쓰라려오고, 화상으로 살이 쭉 당겨지면서 가려움증까지 심해져서 약국이 보이면 화상연고를 사려했지만, 섬에 화상연고는커녕 알로에젤을 파는 곳도 없어서 우리가 갖고 있던 얼마 남지 않은 알로에젤을 최대한 바르고 에어컨 튼 숙소에 엎드려 있어야 했다.


나는 알로에를 바르니 점점 진정이 돼 가는데 남편은 가려움증이 점점 더 심해져서 못 견뎌했다.

그리고 그동안은 뎅기열로 인한 병원 입원이라는 진짜로 큰 병간호가 필요했던 때(스리랑카, 탕갈레 2편, 탕갈레 3편, 탕갈레 4편)를 제외하고 이렇게까지 아프거나 몸이 불편한 일이 없어서 몰랐던 남편과 나의 아플 때 상대가 해주길 바라는 것이 크게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아프면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고, 특히 옆에서 챙겨줘 봐야 내 증상이 더 좋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옆에서 괜찮냐며 물어보며 날 챙겨주는 것도 귀찮고 그냥 혼자 두는 게 좋다. 내가 그런 성향이니 남편도 그럴 거라 생각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알로에젤을 발라주고 나서는 내가 더 할 게 없어서 침대에 가만히 앉아서 가계부를 정리하고, 인터넷을 하며 컴퓨터 하던 걸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옆에서 아파서 힘들어하고 가려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컴퓨터만 보고 있냐고 이게 부부가 맞냐며 한마디를 했다.

알고 보니 남편은 나와 완전히 정반대 성향이었다. 아프면 꼭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옆에서 챙겨주고 물어봐줘야 본인을 걱정하고 신경 쓰는 걸 느끼는 사람인데 내가 컴퓨터만 하고 있으니 아내가 어쩌면 저렇게 무관심한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실망했다고 한다.

성향이 달라서 그런 거지 절대로 남편을 걱정하지 않은 게 아님을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나서야 남편도 화가 좀 누그러졌고, 나도 남편이 애정을 느낄 수 있게 더 옆에서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날 아침, 화상으로 등, 허벅지, 종아리 뒤쪽의 팽팽해져서 조식을 먹으러 걷는데도 살이 당겨서 아플 정도로 내 평생 이렇게 심하게 타본 적이 없어서 이날은 하루 종일 숙소에서 강제방콕을 해야 했다.

동남아 물놀이가 오랜만이라 스노클링 할 때 얼마나 쉽게 타기 좋은지, 선크림을 진짜 잘 발라야 한다 것에 대한 감이 제대로 떨어졌던 거 같다.

예쁜 바다를 앞에 두고 숙소에만 있어야 한다니... 그래도 몸이 완전히 좋아져야 더 즐겁게 여행을 이어갈 수 있으니 점심도 숙소에서 시켜 먹고 회복에 집중하다가 외출은 저녁 먹으러만 해가 진 후에 나가는 걸로 셋째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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