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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썬 Nov 21. 2024

스리랑카, 탕갈레 3 (뎅기열&병원입원기)

아시아대륙, 8번째 나라, 4번째 도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가 직접 침대 시트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종합병원에 입원 수속을 마치고 병실로 이동했을 때 나는 또 다른 (입원) 문화 충격을 경험했다.


1. 다른 간병인도 없고 보호자도 머물지 못하는 병실


뎅기열은 분명 치사율이 높음에도 치료 약이 없는 질병이라 개인의 면역력으로 스스로 회복하길 기다려야 하고 병원에서 크게 할 수 있는 게 없어서인지 일반 병실에 환자를 배정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 일반 병실이, 남녀만 나눈 큰 공간에 보호자가 앉을 의자 하나 없이 침대만 30개가 쭉 2줄로 놓여있는 그런 병실이었고, 심지어 남편에게 배정된 침대는 쓰레기통 바로 옆 침대였다.

위생적이어야 하는 병실에, 쓰레기통 바로 옆, 심지어 깨끗하게 정리가 되지 않은 공간에까지 침대를 놓고 환자를 눕힌다니...


거기에 보호자인 나는 그 공간에 있을 수 없고 남편 혼자 거기서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있어야 한다는데 아파서 정신이 없어 영어로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기 힘든 남편을 도저히 그곳에 혼자 두고 올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인턴 의사 선생님을 붙잡고 우리 남편은 외국인이고 지금 아파서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기 힘드니 보호자로 내가 있어야 한다며 더 비용을 내도 좋으니 보호자가 함께 있을 수 있는 병실로 옮겨달라고 호소했다.


다행히 그 말을 일리 있게 생각한 인턴 선생님이 전문의에게 그 내용을 전달했고, 우리는 몸을 못 가눠서 보호자와 함께 있어야 하는 환자들이 입원하는 병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 병실도 보호자가 머무는 공간은 한국의 병원처럼 따로 갖춰져 있는 게 아니라서 주변에 돌아다니는 1인용 의자를 하나 주워 남편 침대 옆에 두고 그 의자에 앉아서 쪽잠을 자가며 일주일간의 병간호를 해야 했다.



2. 병원식 미제공


스리랑카의 병원에선 환자에게 병원식을 제공하지 않아 음식을 보호자가 구해 와야 했다.

그렇다고 주변에서 음식을 구하는 것이 쉬우냐? 그것도 아니었다.


현지인들은 집에서 그들 나름의 환자식을 준비해 오는 거 같았지만, 나는 남편 옆을 지키느라 식재료를 사서 음식을 준비할 시간도 없고 음식을 해줄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니라 병원 내 매점뿐 아니라 길거리 식당에 가봤는데도 먹을 만한 게 없고, 음식 대부분 튀기고 매운맛이 있는 사모사뿐이었다.

남편이 아프기 전까진 저렴하고 맛있다며 즐겨 먹던 사모사였는데 환자인 남편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음식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아주머니께 부탁하니 흔쾌히 음식을 준비해 주시겠다 해서 그들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순한 음식인 볶음밥을 해서 툭툭 기사님 편에 보내주셨다.

그것도 여전히 기름지고 까끌거려서 도저히 먹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서 차라리 과일을 주자 싶어서 부탁드렸을 때는 수박을 작게 잘라 통에 넣어서 이것 역시 툭툭 기사님 편에 배달해 주셨다.

그나마 수박은 잘 먹었지만 냉장고도 없는 더운 나라에서의 음식은 하루만 지나고 상해버려서 매일 새 음식을 배달받아야 했는데 이때도 호텔에 묵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주인아주머니께서 본인 일처럼 도와주셨다.



3. 전문의는 환자의 보호자와 대화하지 않는다?


스리랑카 병원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시스템이었는데, 전문의들이 진료를 돌 때마다 보호자들은 모두 병실 밖으로 나가 있어야 하고 환자들은 아픈 몸을 세워 앉아 대기한 상태로 그들을 공손하게 맞이해야 했다.


스리랑카 내에서 전문의는 굉장히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인지 심지어 우리 병실은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환자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그런 환자들까지 대기를 시키는 데다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그들의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전혀 말을 해주지 않고 인턴들을 통해서만 내용을 전달했다.


나에게도 나가 있으라 했는데, 평소라면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서 말을 따랐겠지만 그때는 남편이 심하게 아픈 상황이었고 남편의 상태가 어떤지 직접 전문의를 통해서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같이 있겠다 했더니 다행히 그 요구를 받아들여줬다.


전문의 중 한 명은 보호자로 옆에 있게는 해줬지만 내가 남편의 상태를 묻자 콧방귀를 뀌며 인턴한테 들으라 했고, 다른 한 명은 우리가 외국인이고, 보호자와 환자의 상태를 얘기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걸 알고 있어서인지 남편의 상태에 대해서, 그리고 퇴원을 하려면 뎅기열 환자를 물은 모기가 또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걸 막기 위해서 뎅기열 수치가 낮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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