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8번째 나라, 4번째 도시
하푸탈레에서 탕갈레로 한 번에 가는 교통편이 없어서 하푸탈레에서 버스를 타고 큰 버스터미널이 있는 웰리와야로 가고, 거기서 탕갈레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기로 했다.
생각보다 스리랑카 내 버스 시스템이 잘 되어있었고, 버스 앞에는 영어로 목적지 표시도 되어 있어서 외국인들도 어렵지 않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푸탈레에서 웰리와야를 갈 때는 하푸탈레에서 버스가 출발하다 보니 자리가 여유 있어서 우리의 배낭을 운전기사 옆 짐 싣는 곳에 잘 올려놓고 운전기사 뒤쪽에 앉아서 갈 수 있었는데, 웰리와야에서 탕갈레를 갈 때는 이미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온 버스에 우리가 타는 거라서 큰 배낭을 멘 채 버스에 올라서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통로가 좁은 버스에서 가방을 멘 채로 버스에 올라서는 것도 애매해서 남편은 앞문 앞에서, 나는 뒷문 앞에서 어떡해야 하나 갈팡질팡을 하고 있었는데, 작은 몸에 큰 배낭을 멘 외국인 여자가 안쓰러웠는지 현지인들이 뒷문 쪽에서 길을 터주고 배낭을 놓을 공간도 마련해 줬다.
보통 도시 간 또는 나라 간 육로 이동을 할 때 짐을 노리거나 사기를 치기 위한 사람들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스리랑카에서는 이렇게 매번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니 스리랑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마운 도움을 받으며 도착한 탕갈레는 동네가 깨끗하고, 잘 정돈된 모습이라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도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구한 현지인 가정집을 숙소로 구했는데 2층 집의 1층은 집주인이 사용하고 우리는 2층의 화장실 딸린 방 하나, 테라스를 쓸 수 있었다.
주방을 이용할 수 있게 실내 계단도 연결되어 있었지만, 2층 테라스 쪽 계단이 바로 밖으로 통해서 우리만의 독립된 공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 맘에 들었던 숙소였다.
(이 숙소는 나중에 우리에게 세계일주 동안 좋았던 숙소 탑 3에 들게 된다.)
상냥한 주인과 체크인 절차를 마치고 숙소에서 현지식 저녁과 조식을 예약한 후 바로 동네 구경에 나섰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꽤 큰 동네였지만 배낭 없이 가벼운 몸으로 나선 만큼 툭툭을 타는 대신 우리 숙소부터 바닷가까지의 길을 천천히 구경하며 걸었다. 주변에 어떤 식당이 있는지, 음료나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슈퍼가 있는지, 과일을 사 먹을 수 있는 과일가게가 있는지 동네를 탐방하며 돌아다녔다.
탕갈레는 크게 볼거리, 할 거리가 있지 않은 동네이고, 바다는 물놀이를 할만한 바다라기보다는 고기를 잡고 배가 선박 되어 있는 어촌마을의 바닷가 느낌이 강해서 숙소를 예약할 때 일단 3박만 예약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은 기간 동안 진짜 현지인들이 사는 시골 바닷가 마을을 체험하러 왔다 생각하기로 했다.
이때만 해도 우리는 이 작은 어촌마을, 탕갈레에서 계획보다 더 오래 머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