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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썬 Nov 12. 2024

스리랑카, 하푸탈레 3

아시아대륙, 8번째 나라, 3번째 도시

하푸탈레에서 유명한 립톤싯(Lipton's seat)을 우리도 가보기로 했다.


하푸탈레 시내에서 립톤싯행 버스를 타고 티 팩토리 앞에 내린 후 좀 더 올라가야 하는 길인데 워낙에 오르막을 싫어하는 나인지라 툭툭을 타고 올라갈까, 걸어서 올라갈까 고민의 시간이 시작됐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다 툭툭을 타고 올라가면 위에 올라가서 붐빌 것도 같고, 어차피 차밭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다 걸어서 올라가는 길이니 얼마나 힘들겠냐, 천천히 풍경 바라보면서 걸어 올라가 보자 하고 호기롭게 걷기 시작했는데 더운 날, 그늘이 없는 차밭 사이를 지그재그로 걸어 올라가려니 점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미 중간까지 온 이상 지나가는 툭툭도 없어서 끝까지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약간이라도 그늘진 곳이 보이면 그곳에서 쉬면서 물을 마셔가며, 차밭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모습도 봐가며,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니 드디어 정상이었다. 2시간에 걸쳐서 올라온 그 길을 뒤돌아보면서 나름의 뿌듯함도 느꼈다.


아이스티 브랜드 립톤의 창시자 립톤이 앉아서 끝없이 펼쳐진 차밭을 바라봤던 자리라 해서 지어진 립톤싯에 드디어 도달했다.

립톤싯에는 벤치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립톤의 동상이 있었는데, 대부분 여기 올라오는 사람들처럼 우리도 립톤 경 동상 옆에 앉아 함께 다리를 꼬고 인증샷을 찍었다.


립톤싯 정상에는 간단한 음식과 차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차밭 풍경이 장관이었다. 정상이어서 그런지 식당 안으로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한 편이라 땀도 식힐 겸, 그리고 풍경을 좀 더 감상할 겸 자리를 잡고 앉아 스리랑카식 튀긴 만두인 사모사와 밀크티를 주문했다. 평범한 음식도 풍경이 반찬이 되어주면 최고의 음식이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경험하면서 잠시 멍 때리는 시간을 가졌다.


내려갈 때는 우리의 관절 건강을 위해(힘들어서) 툭툭을 타고 가기로 했다.

대부분 밑에서 타고 올라온 툭툭을 타고 다시 내려가기 때문에 정상에는 우리가 탈 툭툭이 없을까 걱정을 했는데 이유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때 빈 툭툭이 하나 있어서 그걸 타고 내려올 수 있었다.

애써 올라갈 때 풍경을 제대로 감상했고, 보람도 있었다며 걸어 올라간 것의 장점을 나열했지만, 내리막길을 씽씽 달리는 툭툭 안에서 시원하게 바람을 맞으면서 내려가니 역시 내 두 다리보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게 좋구나 싶었다. ㅋ


하푸탈레 숙소 주변과 립톤싯에서 초록의 산과 차밭 풍경을 실컷 보고 나니 마음이 굉장히 힐링됨을 느꼈고, 이 아름다운 동네를 떠나기 아쉬웠지만 지금까지 지낸 스리랑카에서의 동네들이 갈수록 더 좋아진 만큼 다음 여행지에선 더 좋을 걸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푸탈레에서의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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