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8번째 나라, 4번째 도시
탕갈레에서의 두 번째 날, 낮부터 두통으로 힘들어하며 저녁도 못 먹은 남편이었는데 밤이 되자 끙끙 앓기 시작했다.
몸에 열이 엄청 높은데 땀은 나지 않았고 오한이 있어 이불을 덮으면 또 더워하면서 힘들어했다.
검색해 보니 열을 배출하지 못하면 뇌와 몸 안의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해서 얼음찜질을 해주려고 1층 주인집에 혹시 얼음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스리랑카의 가정집에선 얼음을 잘 얼리지 않아 얼음을 구할 수 없었다.
포기하고 올라와 '어떻게 해야 하나, 늦은 시간인데 밖에 나가면 얼음을 파는 곳이 있을까' 검색을 하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아는 동네 슈퍼 사장님과 연락해서 얼음을 구해와 주셨다!
얼음을 머리와 몸에 계속 문지르는데도 열이 내리지 않아 결국 응급실을 가기로 했다. 숙소 주인아주머니가 갈 수 있는 병원도 알아봐 주고 본인들이 잘 아는 툭툭 기사까지 불러서 바로 병원으로 갈 수 있게 도와줬다.
그런데 스리랑카가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탕갈레가 시골이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응급실에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있는 게 아니었다. 새벽 3시쯤 가서 3시간을 대기하다가 겨우 선생님을 만나서 진료를 했는데 뎅기열이 의심된다며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 피검사 등 제대로 된 검사를 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만큼 약해져 있는 남편이라 응급실 대기실에 누워서 병원 문 여는 시간까지 버티다가 시간이 되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이동했다.
피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 축 처져 있는 남편을 보면서 너무 걱정됐다.
뎅기열 양성
진단을 받았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보통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의 사망률이 높은 뎅기열인데 그 해의 스리랑카의 변종 뎅기열은 치사율이 높아서 젊은 사람들도 많이 사망한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을 때라서 남편이 어떻게 될까 봐 무섭기까지 했다.
스리랑카 정부에서 뎅기열을 굉장히 심각하게 여기고 있고, 감염자를 문 모기에 물리면 또 다른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뎅기열이 걸리면 무조건 입원을 해야 했다.
입원을 하려면 필요한 뎅기열 진단을 한 전문의의 처방전을 받아 일단 숙소로 이동해서 입원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숙소에 돌아가 역시나 걱정을 하며 기다리고 있던 숙소 주인분한테 뎅기열이라 입원해야 한다고 하니 스리랑카의 병원은 입원할 때 침대 시트와 베개 시트를 개인이 준비해 가야 한다며, 집에 있는 깨끗한 시트를 빌려줬고, 다행히 다음 숙박 예약자가 없다며 숙박 기간도 연장해 줬다.
그리고 병원에 데려다줬던 툭툭 기사님의 연락처를 주면서 병원 왔다 갔다 할 때 이 분한테 연락해서 이동하고 정산은 나중에 한 번에 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일반 호텔이었으면 이렇게까지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을까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에어비앤비 숙소에 묵었던 게 우리한테 얼마나 다행이었나 싶다.
나도 정신없는 와중에도 뎅기열 걸린 사람의 거주지 조사 후 뎅기열 바이러스가 나오면 엄청난 벌금을 매긴다는 숙소 가족의 얘기에 우리가 탕갈레에 도착한 지 이틀밖에 안 됐고 잠복기를 생각했을 때 남편은 이 숙소에서 머물다가 걸린 게 아니란 사실을 바로 진술해 드렸다.
그렇게 입원할 준비를 마치고 도착한 병원.
스리랑카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뎅기열을 진단받고 입원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 종합병원이 있을 확률과 그 병원의 시설이 한국에서 물자를 지원받아 나름 신식의 좋은 시설을 갖출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렇게 지원받은 의료 시설마다 태극기가 붙어있어 인턴 선생님들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며 치료받을 때 좀 더 관리를 받게 될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절박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이런 감사의 상황이 모여서 입원 절차까지 잘 마칠 수 있었지만 입원을 해서 처음 병실에 들어갔을 때 또다시 충격적인 상황을 맞닥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