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시아대륙, 12번째 나라, 3번째 도시
길리 트라왕안섬에서 패스트보트를 타고 나와 보트회사에서 연계해 준 차를 타고 발리 우붓에 도착했다.
인도네시아의 바닷가 쪽 도시와 섬에서 지내봤으니 이번엔 숲이 있는 곳에 가자는 생각에 계단식 논이 있는 풍경으로 유명한 우붓을 우리의 여행지로 선택했다.
배낭여행 중에는 깨끗하고 가성비가 좋은 숙소를 주로 구했기 때문에 우붓에서도 1박에 10만 원 정도 하는, 한국물가에 비하면 여전히 저렴하지만 현지 물가로는 비싼 고급리조트 대신 1박에 20만 루피아(당시 환율로 원화 약 17,000원)인 숙소를 예약했다.
그런데도 단독채에 발코니가 있는 방이었고 특히 조식은 굳이 뷔페식이 아니어도 너무 좋았던 것이 모둠과일과 주스 또는 커피는 항시 제공이고, 추가로 인도네시아 팬케이크나 토스트를 골라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이 조식을 우리 방 앞 발코니에 있는 테이블에 세팅해 줘서 숙소 내 조성해 놓은 푸르른 정원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처음 배정받은 기본 더블룸에서 잘 지내다가 마지막 1박을 남겨놓고 욕실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역시나 독채형인 디럭스 더블룸으로 바로 방을 옮겨줬는데 킹침대가 두 개가 들어가도 공간 여유가 있을 정도로 넓은 방이어서 남편이랑 뛰어다니기까지 했다.
단 한 가지 단점은 메인 관광지까지 10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 거였는데, 동남아에선 더운 날씨에도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면서 동네를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우리라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만족도를 얻어 기분이 좋았다.
첫날은 일단 환전부터 하고 동네 탐방을 시작했다.
우리 숙소에서 걸어서 조금만 나오면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게 되는 긴 메인도로가 나오는데 그 길에 환전소가 몇 개 있어 길리 트라왕안섬에서 거의 다 써서 부족한 인도네시아 루피아를 환전했다.
인도네시아도 다른 동남아처럼 달러를 현지 돈으로 바꾸는 게 환율이 더 좋았고, 특히 같은 달러면 작은 단위보다 100달러의 환율을 더 좋게 쳐줘서 모자라면 더 환전하자는 생각으로 일단 100달러를 환전했다.
환전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후에는 메인도로를 따라 걸으며 동네 탐방을 시작했다. 가볼 만한 식당이나 카페를 눈여겨보고 왜인지 많이 있는 짝퉁 폴로매장도 재밌다 생각하며 걷다 보면 우붓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리즈가 다시 등장한다.
우붓에도 터키, 이스탄불 3편에서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벅"이 있었는데 여긴 정확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스벅이었다.
스벅 건물자체는 인도네시아식 인테리어가 약간 가미된 1층의 낮은 건물인데 그 뒤에 연꽃이 심어진 연못이 있는 사원이 정원처럼 연결되어 있어 테라스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면서 음료를 마시거나 음료를 마신 후 연못 둘레를 한 바퀴 둘러보기 좋았다.
정확히는 테라스까지만 스벅의 공간이고 사원자체는 오픈된 공간이라 꼭 스벅을 이용하지 않아도 많은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오가면서 사진을 찍고 구경을 했는데 우리도 먼저 정원을 둘러본 후 더워졌을 때 에어컨 없이 오픈형 카페가 많은 우붓에서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아는 맛 음료를 즐기며 더위를 식혔다.
날씨가 더운 만큼 우리의 걸음이 느릿해졌고 느릿해진 걸음만큼 마음도 느릿해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여유로워졌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길을 따라 걷다가 골목에 우리 흥미를 끄는 게 보이면 들어가서 구경하고, 그 길 끝에 연결된 또 다른 골목을 돌아다니는 시간이 도시의 꼭 해야 할 것을 찾아 할 때보다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볼거리가 많은데 여행기간은 짧아 동선을 잘 짜고 지도를 따라 돌아다녀야 하는 여행지가 아니라면 지도를 보지 않고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길을 헤매보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인걸 이번 세계일주를 통해서 배우게 됐다.
그래도 다음날엔 우붓에서 가볼 만한 곳은 찾아봐야지 생각하면서 두 가지를 적당히 섞는 여행이 가능한 우리 일정의 여유로움에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