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시아대륙, 12번째 나라, 3번째 도시
우붓에 오면 꼭 가야 하는 곳 중 한 곳인 몽키포레스트를 다녀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숭이가 엄청나게 많은 숲인데 우리 숙소에서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위치라서 일단 걷다가 더우면 그때 택시를 부를 생각으로 숙소를 나섰다.
조식을 먹고 바로 나와 아직 해가 덜 뜨거운 오전에 걷는 동안 마주치는 새로운 동네의 풍경 구경을 하다 보니 다행히 덥게 느껴지지 않아 몽키포레스트까지 잘 도착했다.
원숭이가 많은 대부분의 관광지들에서 조심해야 한다고 안내돼있는 게 몽키포레스트에도 동일하게 안내가 되어있었으니, 바로 소지품 조심이었다.
선글라스나 핸드폰, 작은 지갑 같은 걸 손에 가볍게 지고 있다가는 원숭이한테 도둑맞기 쉽고, 워낙 빠르게 도망가기 때문에 잡을 수도 없다.
원숭이와 눈을 정면으로 마주치면 싸우자는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시선은 항상 중간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면서 걸었고, 새끼와 함께 있는 엄마 원숭이들은 더 예민하기 때문에 너무 작은 원숭이에게는 다가가지 않았다.
우리가 몽키포레스트를 마음에 들어 했던 이유는 원숭이를 보는 것 자체보다 숲으로 이어진 산책로였다. 돈을 내면 원숭이와 인생사진을 찍게 해주는 서비스가 있는 거 같은데 크게 관심이 없어 다른 이들이 찍는 걸 가볍게 구경만 하고 지나갔다.
오히려 숲 안쪽으로 걸어갔을 때 큰 나무와 계곡물에서 녹색 자연으로 인해 눈이 편안해졌고 더운 날씨였지만 그나마 시원하게 느껴졌다.
우붓에 가면 꼭 하는 것 중에 계단식 논을 바라보며 그네를 타는 것도 있다.
엄청 긴 드레스를 빌려 입고 스윙에 올라 직원들이 밀어주는 대로 논 쪽으로 하늘을 향해 올라가면 그 순간을 포착해서 길게 늘어지는 원색의 드레스와 녹색의 논이 만나 인생 사진을 찍는 거라 많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다.
우리도 관광으로 갔다면 했을 거 같은데 오히려 시간이 여유로운 배낭여행객으로선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스윙을 하는 대신 논을 천천히 걷다가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타임을 갖기로 했다.
우리나라 시골에도 숱하게 있던 논밭인데 다른 나라에선 왜 이 것조차도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오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완전히 오픈된 카페에 앉아 멍 때리며 풍경을 바라보고, 현지인들이 코코넛 나무에 올라가 코코넛을 따는 모습도 구경했다.
다음 일정에 따라서 움직일 필요 없이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보내는 한량 같은 시간이 즐거웠다.
우붓에 오니 사누르나 길리 트라왕안에 비해서 다양한 인도네시아식 현지식을 파는 식당이 많았는데 그중에 우리가 즐겨 먹은 건 나시 짬뿌르(Nasi Campur)였다.
나시는 밥, 짬뿌르는 섞인/혼합된 이라는 뜻을 가졌는데 우리나라 비빔밥처럼 비벼먹는 건 아니고 밥과 반찬이 같이 나오는 음식이라 한국인들 입맛에도 잘 맞고 고기, 해산물, 채소 등을 메인으로 고를 수 있어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식사 메뉴이다.
그 외에도 우붓 시장의 한 카페에서 사향고양이를 관광객들에게 올려주는 모습에 흥미가 생겨서 루왁커피를 사 마셔보고 좋아하는 두리안맛 젤라토도 있어서 사 먹었다.
여유로운 시간도 좋았고 재정 고민 없이 먹고 싶은 현지식과 커피를 맘껏 사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우붓에서의 시간도 마무리되어갔다.
한국으로 가면 우린 다시 바쁜 일상에 익숙해지겠지..
그전까지는 더운 나라의 특징답게 여유로운 사람들 속에서 우리도 맘껏 여유를 부려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인도네시아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나라로 떠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