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대륙, 8번째 나라, 4번째 도시
우리나라와 달라도 너무 달라서 평소 여행하면서 느꼈던 문화충격 이상으로 더 많은 다름을 느꼈던 스리랑카 병원의 모습은 스리랑카, 탕갈레 3(결혼 1년차 부부의 세계일주2)에서 겪은 내용이 끝이 아니었다.
4. 병원 내 의사, 간호사 외 신발 착용 금지
의사와 간호사를 제외한 환자와 보호자는 병실에서 신발을 신을 수 없었다.
물론 나라에 따라서 그들이 신성시하는 사원이나 중요한 시설에서 신발을 벗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어떤 특정한 사람들에게 예외를 두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규칙이겠지만 이 병원에선 의사와 간호사에게만 예외로 적용되는 게 이상했다.
위생을 위해서라고 하기엔 의사와 간호사들도 건물 안과 밖을 돌아다니는 신발을 그대로 신고 병실을 돌아다니니 그들의 신발이 특별히 더 깨끗해 보이지도 않았고 나는 심지어 병실 안을 돌아다니는 큰 바퀴벌레를 여러 번 봤다.
신발을 신지 못한다 했을 때 가장 최악인 건 병실에 딸린 화장실도 맨발로 가야 한다는 것인데, 물 호스로 비데처럼 쓰는 나라인지라 대부분 화장실 바닥이 물에 젖어 있었다.
화장실을 갈 때마다 화장실 바닥물이 깨끗하다는 확신도 없는데 그걸 맨발로 밟고 싶지가 않았고 혹시라도 오물일 경우 그 물을 밟은 후 발을 제대로 씻지 못한 채 있는 게 더 위생적이지 않다 생각했다.
병원 안에서 신발을 신지 못하게 하는 건 결국 의사의 권위에 대한 연결이 아닐까도 생각되었다.
어디를 여행하면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다르게 취급되길 좋아하지 않는 우리지만, 도저히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고 오물이 묻어있는 화장실을 맨발로 다닐 수 없어 이것도 의사에게 양해를 구해서 병원에 머무는 동안 슬리퍼를 신고 생활할 수 있었다.
5. 공포의 주삿바늘
한국에선 보통 링거나 피 뽑는 주삿바늘을 한번 손등이나 팔에 꽂고 나면 화장실을 가거나 할 때 다시 뺄 필요 없이 꽂은 것과 연결된 채로 들고 이동할 수 있는데 여긴 화장실을 가거나 피를 뽑을 때마다 주삿바늘을 뺐다가 다시 꽂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몸이 자가 치유를 하고 있다는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4시간에 한 번씩 소변을 검사하고 피를 뽑았는데 그때마다 주삿바늘을 다시 꽂으니 남편의 손등, 팔 안쪽엔 점점 주삿바늘로 인한 멍이 늘어가고 서툰 간호사를 만난 날에는 피가 시트를 주먹만큼이나 적실 정도로 많이 흘렸다.
물론 한국에서 많은 의료시설을 지원받아서 나름 신식 시설을 갖추었다고 해도 한국에서만큼 의료 기구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서 그런 걸 이해하지만, 적어도 주삿바늘은 한 번에 잘 꽂아줄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때 당시에는 낯선 나라에서 아파서 힘들어하는 남편이 안타까워서 잘 못 꽂은 주삿바늘로 인해서 피를 많이 흘리는 상황이 세 번째 됐을 때는 너무 화가 나서 병실에 상주하고 있던 인턴에게 컴플레인을 했다.
그 사람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웃는데 정말 어찌나 화가 나던지...
남편이 입원해 있던 그 시간이 내 인생에서 화를 가장 많이 낸 시간이었던 거 같고, 의사들의 말을 다 이해하고 나도 정확히 의사전달을 할 수 있었던 영어를 제일 잘하던 시간이 아닌가 싶다.
물론, 우리가 겪어본 병원만 이랬는지, 스리랑카의 모든 병원이 이런 시스템인지 알 수 없다.
다른 나라에서 문화가 다름을 보는 것이 당연한 건데, 경황이 없는 때였고 사람의 생명과 연결된 병원이기에 그 다름이 좀 더 충격으로 다가왔던 거 같다.
문화적 충격까진 아니지만, 외국인으로서 서러운 상황은 병원에서 병원비를 결제할 때 가장 크게 느껴졌다.
스리랑카는 침대 시트며, 병원식 등을 모두 스스로 준비하는 대신, 약 값을 제외한 입원비는 무료이고 약 값이나 치료비도 저렴하다고 들었는데 중간에 30인이 한 공간을 쓰는 병실에서 4명 정도의 환자가 보호자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병실로 바꿔서인지 아니면 외국인이라 비용이 비싼 건지, 5박 6일의 입원 기간에 대한 병원비로 60만 원이 넘게 청구되었다.
한국에서의 병원비를 생각하면 이 금액이 5박 6일에 대해서 크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스리랑카에서 머무는 23일간의 숙박비와 식비가 60만 원이 안 됐던 물가로 비교했을 때는 굉장히 큰 금액이다.
우리나라도 건강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의료혜택을 못 받는 걸 알고, 이건 나라마다의 복지에 대한 문제이니 뭐라 평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외국살이 중 몸이 아플 때 더 크게 서러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다행히 우리는 여행 시작 전에 1년간의 여행자 보험을 가입해 둔 상태라 처음 갔던 응급실 병원비를 포함한 모든 금액을 보험금으로 돌려받았고 해외여행을 할 때 여행자 보험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