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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썬 Oct 03. 2024

인도, 아그라 2

아시아대륙, 6번째 나라, 2번째 도시

인도의 랜드마크인 타지마할(Taj Mahal)


워낙 사진으로도 많이 보고, 왕비를 엄청나게 사랑했던 왕이 지은 왕비의 무덤이라는 건물에 대한 스토리도 많이 들어서 기대를 했던 곳이었다.


건물이 높지 않은 아그라에서 숙소 옥상에만 올라가도 볼 수 있는 멋진 하얀 건물의 타지마할에 대해서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걸까?

막상 직접 본 타지마할은, 세계일주를 하며 미디어로만 보던 곳을 직접 눈으로 보며 감동을 받곤 하던 나에게 별 감흥을 주지 않았다.

물론 메인건물을 짓게 된 스토리와 과거에 이 정도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던 기술 등을 생각하면 가치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좌우 대칭으로 지어진 흰 건물이 물에 투영되어 보이는 아름다운 포토 스팟 그게 다였다.


오히려 이곳을 여행 온 사람들이 그 앞에서 찍어 올렸던 사진이 더 멋져 보였단 생각이 들었는데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니 완전히 새하얄 것이라 생각했던 건물이 매연과 먼지로 누레져 있었기 때문이다.

타지마할은 전 세계에서 굉장히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고, 현지인들 입장료가 우리나라 돈으로 천 원도 안 되는 40루피일 때, 외국인들에게는 1,000루피(약 18,000원)나 되는 입장료를 받는데 그 돈을 나라의 귀한 랜드마크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웠다.

뭐 어쨌든 우리가 간 날도 사람도 많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으니 내 괜한 오지랖인 거 같긴 하다.


타지마할은 아름다움의 여부와 상관없이 어쨌든 무덤이다 보니 존중의 의미인지, 흰 건물의 손상을 막기 위한 나름의 노력인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메인 건물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나눠주는 비닐을 신발처럼 신어야 했다.

이런 정보는 몰랐는데 갑자기 비닐 값까지 내게 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다행히 추가 비용을 지불하진 않았다.


내 기대에 못 미쳤던 타지마할이지만 구석구석 구경을 잘 마치고 나왔다.



다음 여행지인 바라나시행 기차는 저녁 출발이었기 때문에 숙소에서 체크아웃 후 짐을 챙겨서 전날 갔던 맥도널드에서 저녁거리를 미리 시켜 시간을 때우다가 아그라 역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고 거기에서, 낮의 타지마할은 기억에도 남지 않을 혼돈의 카오스를 겪어야 했다.


우리가 맥도널드에 들어선 후 얼마 후, 몇 명의 인도 어린아이들이 가게로 들어왔고 우리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처음엔 외국인이 신기한 아이들인가 싶어서 응대를 해주었는데 수가 점점 늘어나더니 우리를 둘러싸고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 아이들은 손님이 아니라 구걸을 하는 거지들이었던 것이다.


전 날은 사람도 거의 없고 한가하던 맥도널드가 갑자기 무슨 난리인 건가 했는데 알고 보니 전 날까지가 딱 라마단이라 신기하게 거지들도 낮에 구걸을 하지 않다가 라마단이 끝나자마자 가게 안까지 들어와서 구걸을 시작한 것이었다.


1층에 있던 맥도널드에 점점 더 많은 거지들이 들어와 우리뿐 아니라 다른 손님들의 음식도 뺏어 먹기 시작했고, 점원들이 소리를 질러도 통제가 안 되었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우리 가방에만 손을 대는 게 아니라 자꾸 내 몸까지 손을 대려 했고, 아이들이어도 무리가 한 번에 달려들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일단 그곳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이미 숙소도 체크아웃했고, 주변은 어두워지고 있는데 안전하게 우리가 시간을 버틸 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에 점점 두려운 마음이 커질 때쯤 전 날 본 KFC가 2층에 있던 것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2층에 있으면 1층 상가보단 덜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서둘러 이동했는데 다행히 이곳은 입구에 경비원도 있어서 들어오는 사람을 통제하고 있었다.


놀란 마음을 한참 진정시킨 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비슷한 일을 또 당할 것이 걱정돼서 저녁을 먹은 후에도 매장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기차 타러 갈 시간에 딱 맞춰서 나와 바로 오토릭샤를 타고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아이들에게서 공포를 느끼다니!!

정말 어떤 의미로는 놀라운 경험, 그렇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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