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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썬 Oct 01. 2024

인도, 아그라 1

아시아대륙, 6번째 나라, 2번째 도시

우리가 인도 여행을 준비할 때 꼭 가려고 했던 도시 중 하나가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였다.


뉴델리에서는 기차로 3시간 정도 걸려서 인도에 도착한 날 바로 뉴델리 역의 국제 여행안내소 외국인 전용창구에서 에어컨이 나오고 좌석이 넉넉한 CC(AC Chair Car) 레벨의 좌석을 예약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여행할 당시에 외국인 전용창구에서는 이 레벨 이상의 좌석만 예약이 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다행히 연착 없이 온 기차를 타고 아그라에 도착했다.


인도 여행을 알아보던 중에 선풍기 방을 이용해서 여행 비용을 아낀 후기를 보게 되었다. 인도가 낮에는 더워도 저녁엔 시원해져서 에어컨 없는 방에서 잘 지냈다는 걸 보고 아그라에서는 1박에 원화로 약 6,000원 하는 선풍기 방을 예약했다.


그리고 더위로 죽을뻔했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죽을뻔했다.

내가 본 후기 속 여행자의 여행 시기와 달리 우리의 여행 시기는 인도에서도 제일 덥다고 하는 6월이었고, 온도가 40도를 넘어서는 날씨였다. 


낮에 숙소가 너무 더워 타지마할 티켓과, 바라나시로 이동할 기차표를 알아보러 나간 김에 그 근처에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나 식당이 있을까 찾아봤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다.


더위 속에 돌아다니다 숙소로 돌아와도 에어컨이 없으니 당연히 시원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방을 바꿀까 싶어서 리셉션으로 내려갔는데 그날은 이미 에어컨방이 모두 차서 변경이 어렵다고 했다.


창문을 열어놔도 바람조차 불지 않으니 밤에도 계속 더워서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면서 물로 씻고, 다시 눕고를 반복했다. 

인도에서 더위로 죽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과장된 게 아니구나를 몸으로 실감하면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이 되자마자 리셉션으로 다시 달려가서 방을 가능하면 가장 빠르게 옮길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너무 다행히 이른 새벽에 체크아웃을 한 사람이 있어서 에어컨 방으로 옮길 수 있었는데 정말 지옥에서 천국으로 이동한 기분이었다.

고작 만 원 아끼려다 밤새 고생한 걸 생각하면서 다시는! 더운 나라에서 선풍기방은 쳐다도 보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에어컨 방에서 더위를 식히고 한숨 자고 나니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이미 하루의 시작이 늦어져서 타지마할은 다음날 아침에 가기로 하고, 아그라 도시 자체를 구경하기로 했다.


타지마할이 있는 쪽에서 오토릭샤(동남아의 툭툭과 같은 교통수단)를 타고 큰 도로 쪽으로 나가봤더니 세상에, 맥도널드와 KFC가 있었다.

심지어 에어컨도 나왔다!

우리가 너무 숙소 주변의 카페나 식당만 돌아다니며 에어컨을 찾아봤구나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어차피 선풍기방에서 다시 자진 못할 거 같아 후회는 없었다.


힌두교의 나라라 빅맥이 없는 건 아쉬웠지만, 맥도널드의 익숙한 매장의자에 앉아서 아는 맛, 치킨버거를 먹으면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인도에 있는 동안 숙소에서 나오기만 하면 사람이 많고, 특히 외국인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인도인들의 시선에 조금 지쳤었다.

그런데 여기 매장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오래간만에 밖에서도 편하게 늘어져있을 수 있어 좋았다. 

다음날 타지마할 갈 것도 기대되고, 인도에 와서는 거의 처음으로 마음에 여유를 갖고 보낸 날이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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