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의 기억.

가정폭력 생존기 17.

by 소년의 초상

나에게 증조부모는 외할아버지 한 분뿐이었다.


외할머니는 내가 1살 때 돌아가셨다. 그래서 뵌 적도 없다.


친가도 마찬가지다. 친할아버지는 50대에, 친할머니는 60대 초반에 돌아가셔서 생전 뵙지도 못했다.


딱 한 분뿐인 조부모 역시 아빠와의 불편한 관계로 인해 자주 만나지도 못했고 서먹한 사이였다. 덕분에 나는 조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컸다.




아빠의 술주정으로 외가와는 다툼이 잦았다. 그래서 외할아버지와 외가 삼촌들은 엄마와 연락도 하지 않고 살았다. 자연히 그런 흐름이 나에게도 이어졌다. 나 역시 사촌 형들과 연락도, 왕래도 없이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외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병원 생활을 하신 지 몇 달은 된 상태셨는데, 우리 가족은 한 번도 찾아뵙지 못했다. 그러다 외삼촌 한 분이 엄마에게 연락을 했고, 임종을 앞두고 뵙게 된 것이었다.


아빠는 중환자실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 같다.


엄마와 나, 누나 셋이 할아버지 옆에 서 있는데, 엄마는 나지막이 외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고, 외할아버지는 우리의 손을 차례로 잡아주셨다. 당신의 마지막인 것을 아는 눈빛이었다.


무슨 말을 해주셨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외할아버지는 임종 전에 엄마에게 꼭 당부했다고 한다. 나와 누나의 공부는 삶이 힘들어도 꼭 끝까지 시켜야 한다고. 엄마는 항상 그 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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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둘을 키우고 있는 아빠이자 상처가 많은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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