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보일러실에 숨었다.

가정폭력 생존기 16.

by 소년의 초상

어렸을 때 보일러실에 제대로 들어간 본 사람이 있을까?


그 생김새는 어떠한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 어떤 기분인지. 난 그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보일러실을 보았던 기억은 2번, 보일러실에 숨었던 기억도 2번. 그렇다면 총 4번으로 볼 수 있을까?


어렸을 때 보일러가 잘 되지 않던 곳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 월세를 살았음에도 집주인이 잘 고쳐주지 않았고, 추운 겨울이면 '오늘 밤은 과연 이 보일러가 정상작동할지' 불안했던 시절이 있다.


예전에 누나가 술에 취한 아빠를 피해 도망가고, 아빠와 엄마, 나만 셋이 추운 집에 있었다. 그날도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암담하기도 했지만 너무 추웠던 것이 특히 문제였다. 아무리 이불을 덮어도 그 추운 바닥의 냉기와 공기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술에 취해 있던 아빠 대신에 초등학교 3학년인 내가 어떻게든 보일러를 고쳐보겠다고 그 비좁은 보일러실에 들어갔다. 좁아서 옷에 더러운 먼지도 다 묻었다.


갖은 노력에도 보일러는 반응조차 없었다. 아무리 나사를 조여봐도 '부웅~' 하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정말 그 소리가 듣고 싶었는데, 결국 그 날밤에는 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 엄마를 따뜻하게 해주고 싶어 내가 스스로, 필요에 의해 들어갔던 보일러실이다.




두 번째로 들어갔던 것도 초등학생 때이다. 아빠가 음주운전으로 교도소에 있었기 때문에 엄마, 누나, 나, 이렇게 셋이 살았고, 방에 있는 보일러 공조기가 고장 났었다.


엄마가 워낙 바빴고, 고치기엔 돈도 많이 들 것 같아서 굳이 손대지 않고 있었다. 보일러 자체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보일러를 켜고 끄려면 직접 보일러실로 가야 했다.


보일러실은 집 밖에 있었다. 나는 매일 오후 5시면 보일러를 켜러 갔다. 끄는 것은 엄마가 일어나자마자 껐다. 그때는 당연히 내 몫이라 생각했고, 충실히 이행했다. 그때의 보일러는 마냥 눅눅한 곳은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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