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생존기 21.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아빠에게 대적한 적이 있다.
위험에 처한 엄마를 위해서 아빠에게 몸을 날렸다. 그 강하던 아빠가 아픈 표정을 지었다. 이때부터 나는 아빠의 적수가 됐던 것 같다.
중학교 2학년은 한참 사춘기였다.
생각이 많아지고, 그만큼 교우관계에 있어서도 조심스러워졌다. 커갈수록 나의 부족함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고, 이런 모습들을 남에게 들키기 싫었다.
이상하게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공부를 잘할수록 좀 더 젠틀해 보였다.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가 있어 보였다. 그때부터 눈치를 챘던 것 같다. '공부를 해야 사람대접을 받는구나.'
부모님에게 학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동네에 있는 속셈학원을 다녔는데, 처음 다녀본 학원이 되게 낯설었지만 나만의 '학원책'이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낙서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학원에 열심히 다녔다.
학원을 다니면서 처음 맞이한 학교 시험기간이었다. 평소에는 저녁 9시에 끝났는데, 시험기간에는 저녁 11시까지 연장해서 운영이 됐다. 학원 선생님들은 교대로 남아 우리들의 시험과목 진도를 봐주었다. 이런 게 있는 지도 몰랐는데 신기했다.
덕분에 처음으로 시험점수가 올랐다. 물론, 국영수 보다도 암기과목 위주로 성적이 올랐다. 그래도 기뻤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래서 속셈학원을 다니는 것이 즐거웠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 에너지를 쏟고 밤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뿌듯했다.
그러나, 이 학원도 오래 다니지는 못했다.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올 때마다 불안했다. '아, 아빠가 술 마셨을까?' 공부를 하고 오는 중2의 마음에는 항상 불안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결국 예상이 적중한 날이 돌아왔고, 사달이 났다. 이후 학원을 다니지 않게 된 것 같다. 이제 막 친구들과 친해졌는데 생이별을 하니 아직도 그 친구들 얼굴이 선하다.
처음 속셈학원을 다닐 때는 아빠가 자주 술을 마시진 않았다. 그런데 한 번 술을 입에 대더니 또다시 폭력적으로 변하고, 술을 계속 마시기 시작했다.
그날도 나는 학원이 끝나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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