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사람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 4.

by 소년의 초상

대답이 조금 늦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말은 분명 나갔는데
받는 사람이 없다.
와이파이가 끊긴 것처럼
중간에서 사라진다.


다시 말할 타이밍을 재본다.
한 번 더 말하면
괜히 급해 보일 것 같고
말 안 하면
원래 없던 말이 된다.


그 사람은 바쁘다.
항상 그렇다.
내가 말할 때만 특히 더.


눈은 다른 데를 본다.
휴대폰, 시계,
아니면 바로 다음 사람.


나중에 같은 말을
다른 사람이 한다.
그제야 고개를 든다.


좋은 생각이라며
조금 더 다듬어 말한다.


아까 내가 한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건
아무도 굳이 짚지 않는다.

분위기를 흐릴 필요는 없으니까.


집에 와서
괜히 오늘 대화 몇 개를
다시 떠올린다.


말의 내용보다
말이 멈춘 지점이 먼저 생각난다.


존재를 확인받는 방법이
소리를 키우는 거라면
나는 그 방법을
아직 잘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말을 조금 줄인다.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데
굳이 소리를 더 얹을 필요는 없으니까.


그 사람은 아마
나를 무시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무시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간다.

월, 금 연재
이전 03화신발을 질질 끌고 다니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