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쟁이 독불장군 귀염둥이 둘째 딸

딸들한테 화내고 나서 씁니다 6.

by 소년의 초상

네이버부동산을 검색하다 보니 어렸을 때 살던 동네의 부자 주택이 매물로 나왔다.


부자 주택.


담벼락은 성처럼 높고 견고하며, 살짝 보이는 내부는 조경이 아름답다. 그리고, 미국처럼 내부로 진입하는 주차장과 셔터도 있다. 초등학교 때 그런 집들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지곤 했는데 그 집이 매물로 나왔다니. 얼른 클릭해서 살펴보았다.


이야,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집안 내부는 오래됐음에도 세련된 모습이었다. 자개장도 잔뜩 있는 것을 보니 나이 드신 분들이 사시는 것 같았다.


'혹시, 내가 어렸을 때 사시던 분들이 계속 사는 건가?!'


가격은... 역시 비싸다. 대지지분이 넓어서 그런가? 집은 30년이 훨씬 넘었을 텐데 여전히 비싼 가격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이라더니.


아무튼, 그 부자 주택을 보니 생각나는 게 있었다.


인근에 또 다른 부자 주택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동창생 남자애 한 명이 그 집에서 살았다. 당시 소문으로는 아빠가 무슨 큰 회사를 운영하는데, 그 회사 이름을 남자애 이름을 따서 만들었을 정도로 아빠는 아들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남자애가 좀 모자랐다. 장애가 있어 보였다. 얼굴도 삐쭉했고, 말도 약간 어눌했다. 왜 그 집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그 집에 들어가서 과일을 얻어먹은 기억이 있다. 일하시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그런데, 남자애 엄마의 표정은 어두웠다. 난 느낄 수 있었다. 돈이 많으면 뭐 하나, 아들이 아픈데. 그래서 자식의 건강이 부모의 행복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 점을 확실히 느꼈다.




둘째 딸이 태어났을 때부터 '난원공 개존증'이 있었다. 태아 심장의 좌우심방 사이에 있는 구멍으로, 태어난 뒤에 닫히긴 하는 데 성인이 될 때까지 안 닫히는 경우도 있어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은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것이 부모의 마음. 첫째와는 달리 왠지 둘째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 같아서 미안함 마음이 들고, 잘 챙겨주고 싶었다.


사실, 별거 아닌데 우리 부부가 오버하는 것이긴 했다. 의사 선생님은 다음 초음파 기일은 잡지도 않은 채 언제 한 번 추적검사하러 오라고 하는 정도로 마무리 됐었다. 자동으로 닫힐 수도 있다면서. 자동으로 닫히는 확률이 더 높다면서.


아무튼 막 태어났을 때와 검사를 했을 당시에는 둘째에게 사랑을 듬뿍 줬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가 커갈수록 오버쟁이에, 독불장군에, 막무가내 파괴자로 돌변을 해서 많이 혼내기도 하고, 벌도 주었다.


이런 영향 때문이었을까, 둘째는 첫째에 비해서 한 번 성질을 내면 멈추지 않는 특징을 보였다. 얼굴에 핏대가 설 정도로 소리를 질러댔다. 이마도 벌겋게 달아 올라 뜨끈해진다.


"끄으으으응 응애아하하하!!!"


정말 그 어린애가 단전에서 끌어올린 굵은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대는데, 달팽이관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애가 이런 식으로 반항을 하니 나도 똑같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면 안 되지만.


계속 대치 중에 누가 이기냐 싸움으로 가는데, 나는 30분이고 1시간이고 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오랫동안 기싸움을 해봤는데 도저히 못할 짓이었다. 나도, 둘째도 지치니 누구도 승리자는 없었다.


나도 그럴 것이,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단지 둘째를 위해서였다.


부모가 자식을 통제하지 못하고, 올바르게 키우지 못한다면 그 누가 내 자식을 통제하고 가르칠까? 선생님? 오산이다. 자식이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 버리면 그 아이는 막 나가는 것이다. 최소한 자식이 부모를 조금이라도 무서워해야 하고 혼내려고 할 때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둘째에게 엄하게 했다. 오버쟁이에 독불장군이니까.




시간이 흘러 둘째는 벌써 네 살이 됐다. 지금도 여전히 오버쟁이에 독불장군이다. 그런데 내가 마음의 노선을 살짝 바꿨다. 훈육을 하되, 지나치게 하지 않고 짧고 굵게 끝내고 사랑으로 안아주기. 그리고 많은 애정표현을 하고 항상 눈을 마주치며 진심으로 소통하기. 이외에도 많은 자아성찰이 있었다.


물론 아내도 내 마음의 노선을 잘 따라주고 있다. 덕분에 예전에 비해 단전에서 올라오는 샤우팅은 줄어들었지만, 과자를 못 먹게 한다든지, 먹는 것에 통제를 가하면 가끔 단전 샤우팅을 하곤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말 잘 듣는 첫째가 너무 예뻤다. 그런데 첫째에게 미안한 소리이지만 둘째가 크면 클수록 오버쟁이에 귀염둥이의 면모를 너무 잘 보여주었다.


혼자 춤을 춘다든지, 장난감이 없어도 테이프를 칭칭 감으면서 논다든지, 혼자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른다든지, 이러한 모습을 보면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또, 얼마나 정이 많은지 과자가 2개 남았을 때도 기꺼이 남은 1개를 남에게 줄 수 있는 아이다. 첫째는 절대 주지 않지만 둘째는 남은 1개를 준다. 심지어 계속 주다가 하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의 과자를 다 줄 때도 있다. 그런 아이다. 오버쟁이에 귀염둥이에 독불장군에 정 많은 아이.


그런 아이를 더 어렸을 적에는 많이 혼냈다니, 참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린아이니까 당연히 그런 모습을 보였던 것인데, 너무 인색했던 것 같다. 특히나 난원공 개존증이 있는데, 그걸 또 까먹고 혼내기만 했으니. 무심도 하다.


괜히 네이버부동산을 보다 보니 예전 몸과 마음이 불편했던 친구가 떠올랐고, 둘째 딸까지 이어졌다. 예전에는 둘째 딸이 건강하기만 하면 뭐든지 하겠다며 기도를 했던 것 같은데, 벌써 까먹어 버린 것일까.




다행히 아내가 둘째 생일에 맞춰 미리 진료일정을 잡아 놨다. 아내의 지인은 성인이 됐을 때 난원공 개존증을 알았다고 한다. 워낙 증상이 없기 때문이라는데, 그래도 가능하면 어렸을 때 닫는 것이 좋다고 하니 꼭 놓치지 않고 가봐야겠다.


그리고, 오늘도 하원할 때 마이쮸를 입에 물려주며 아빠의 사랑을 듬뿍 안겨주어야겠다. 대궐같은 부잣집에 살면 뭐하겠나. 자식이 건강한 것이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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