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엄마의 발소리

가정폭력 생존기 24.

by 소년의 초상

엄마의 발소리는 참 듣기 좋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날이 좋으나, 항상 저녁 10시쯤 들리는 엄마의 발소리는 궤종시계보다 정확했다. 다만, 느릿한 발걸음 소리는 듣기에 짠했다.




엄마는 아빠 대신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열심히도 일했다. 젊은 나이에 시집을 와서 아들과 딸을 낳고, 곧바로 식당일을 하기 시작했다. 본인의 식당이라도 있었다면 설움은 덜했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남의 집 일을 도우며 살았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엄마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쉬었던 것 같다. 누나와 내가 더 어렸을 때는 아예 쉬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때 여자가 식당에서 일하는 것은 남자로 치면 '노가다'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꽤 오랜 시간 식당 일을 했다. 세월만큼 다양한 식당을 오갔다. 엄마는 성실해서 아빠가 쫓아와서 난리를 치지 않는 이상 한 식당에서 오래 일했다. 정말 오래 일했던 곳은 내가 중학교 때부터 취업을 할 때까지였으니, 10여 년 이상 근속을 했다. 그만큼 성실했다.


그런 성실한 엄마는 항상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왔다. 나 같으면 술이라도 한 잔 하고 들어왔을 것 같다. 속상하고 답답하고 몸도 피곤하니, 한 잔 생각이 간절했을 듯하다.


그렇지만 엄마에게는 친구도 술도 사치였다. 집에 있는 아들, 딸을 조금이라도 챙겨주려면 서둘러 집으로 와야 했다. 비록 별로 반가운 집도 아니고, 술에 취한 못된 남편이 버티고 있는 집이었지만.




우리는 아파트에서 한 번도 산 적이 없다. 항상 벽돌주택의 2층에서 살았다. 월세로만.


그래서 엄마의 퇴근 마지막은 항상 계단이 있었다. 그것도 정석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아니라, 삐뚤빼뚤 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시멘트 계단. 이 계단은 살짝 높고, 폭이 좁아서 위험했다. 어떻게 이사를 다녔던 모든 집들의 계단은 하나 같이 위험했을까. 까딱 잘못하면 뒤로 굴러 떨어질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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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둘을 키우고 있는 아빠이자 상처가 많은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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