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무시하는 사람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 25.

by 소년의 초상

대놓고 그런 건 아니다.
그래서 더 애매하다.

말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인사를 안 받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반응이 항상 한 박자 얕다.




이야기를 하면
고개는 끄덕인다.
하지만 눈은 금방 다른 데로 간다.
대답은 짧고
대화는 길어지지 않는다.


농담을 하면
웃기는 한다.
다만 조금 늦거나
조금 덜 웃는다.


차이는 작지만
분명히 있다.

설명하기 어려운 태도다.
말로 꺼내면
괜히 예민해지는 쪽이 된다.
그래서 대부분 그냥 둔다.


묘한 무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작게 반복된다.
시선, 말투,
대답의 길이 같은 것들로.


그 사람은
그게 무시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자기 방식일 뿐이라고.
사람을 대하는
자기만의 거리라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
지적할 수도 없고
확인할 수도 없다.
느낌만 남는다.

나는 말을 조금 줄인다.
굳이 꺼낼 필요 없는 이야기들은
다시 접어둔다.


대화는 계속되지만
깊이는 달라진다.

묘하게 무시하는 태도는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 남는다.
대놓고 한 말보다
지우기가 어렵다.


그 사람은
오늘도 평소처럼 말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평소보다 조금 덜 말했을 뿐이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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