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 24.
컵은 아직 반 이상 남아 있다.
급할 이유는 없다.
그래도 소리가 난다.
쪽.
쪽.
마시는 소리가 아니라
비워야 한다는 의지가 먼저 들린다.
액체보다 공기를 더 빨아들이는 방식.
빨대는 얇고
컵은 가볍다.
그래서 소리는 더 또렷하다.
나는 테이블 위에서
괜히 중심을 잡는다.
그런데 대화가 멈출 때마다
그 소리가 자리를 차지한다.
누가 말할 차례인지
헷갈릴 만큼 분명하다.
본인은 잘 모를 것이다.
마시고 있을 뿐이고
다들 그러다 끝난다고 생각할 테니까.
컵을 기울여도
소리는 줄지 않는다.
조금 남았다는 신호처럼
끝까지 확인한다.
주변은 조용히 적응한다.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숙이고
괜히 휴대폰을 본다.
지적하는 건
늘 부담이 되는 쪽이니까.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신다.
빨대를 쓰지 않는다.
굳이 소리를 더 얹고 싶지 않아서.
쪽쪽거리는 소리는
크지 않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작은 불편은
대개 그렇게 지나간다.
컵은 결국 비워진다.
소리는 멈춘다.
그제야 대화가
원래 속도로 돌아온다.
같이 마신다는 건
같이 듣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그 사람은
굳이 알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쪽.
쪽.
소리는 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