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정리하지 않는 사람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 23.

by 소년의 초상

책상 위가 먼저 보인다.
서류가 쌓여 있고
컵이 몇 개 겹쳐 있다.
어제와 오늘의 경계가 없다.




필요한 걸 찾느라
잠깐 멈춘다.
잠깐이 자주 반복된다.
정리는 나중으로 밀리고
지금은 항상 급하다.


펜은 있는데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파일은 열려 있는데
끝난 일인지는 애매하다.


모든 게 진행 중인 상태로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사람은 익숙하다.
이 정도는 괜찮다고 말한다.
머릿속에는 다 들어 있다고.


눈에 보이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얼굴이다.

주변은 조용히 피해 간다.


같이 쓰는 공간에서
선을 하나 더 그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내 자리,
그 너머는 건드리지 않는 쪽.


정리가 안 된 건
물건만이 아니다.
말도 그렇고
약속도 그렇다.
나중에 정리하면 된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회의가 끝나고
책상은 그대로다.
누군가는 다시 치우고
누군가는 그대로 둔다.


일은 끝났는데
공간은 아직 남아 있다.

나는 내 자리를 한 번 본다.
많지는 않지만
끝은 있다.


정리는 성격이 아니라
같이 쓰는 공간에 대한 태도다.


보이지 않아도 되는 것과
보이면 안 되는 걸
구분할 줄 아는지의 문제.


주변 정리가 안 된 사람 곁에서는
괜히 마음도 바빠진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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