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문제는 세계 각국 정부가 가장 관심 갖는 분야 중 하나이다.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연구와 조사에 의하면 스타트업은 일자리 창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자금이 풍부하지 않고 실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스타트업의 창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로 직결된다. 따라서 앞서 노키아 몰락 이후의 핀란드 사례처럼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는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고취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재단 중 세계 최대 규모인 카우프만 재단(Ewing Marion Kauffman Foundation)[1]이 분석한 2001~2020년 미국 기업의 ‘순 일자리 창출(net job creation)[2]’ 추이를 보면 스타트업이 일자리 창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3].
첫째, 설립된 지 1년 이하, 즉 기업 연령 1년 이하 신생 기업들의 순 일자리 창출은 분석 기간인 20년 동안 매년 플러스(+)를 기록했다. 반면 연령 2년 이상 기업들의 순 일자리 창출은 어떤 시기에는 플러스(+)였다가 어떤 시기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연령 11년 이상 기업들의 순 일자리 창출은 20년 동안 11번이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기업의 연령이 많아질수록 일자리 창출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설립에서 폐업에 이르는 생애주기(life cycle) 동안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하고 감축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창업 이후 성장기에는 일자리 창출 규모가 감축 규모보다 커서 순 일자리 창출이 플러스였다가 성숙기에는 일자리의 자연 감소분만큼 채용하기 때문에 순 일자리 창출이 거의 영(0)을 유지한다. 반면 쇠퇴기에 접어들면 일자리 창출보다 감축을 많이 해 순 일자리 창출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따라서 스타트업[4] 창업은 곧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세계금융위기, COVID-19 등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대부분 기업들의 순 일자리 창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지만, 연령 1년 이하 기업들의 순 일자리 창출은 계속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경제 위기 시에도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가 실업 문제를 극복하는 핵심 방안임을 시사한다.
자료: Ewing Marion Kauffman Foundation(2022).
(그림 2.4.1) 연령별 미국 기업의 순 일자리 창출 추이
한편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의 기업 통계 데이터에 기반한 연구[5]에 따르면 연령이 적은 기업일수록 젊은 사람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고용한다. 연령 1~5년인 미국 기업은 피고용자 중 25~34세 비율이 27%이고 피고용자의 70% 이상이 45세 미만인 반면, 연령이 20년 이상인 미국 기업은 25~34세 피고용자 비율이 18%에 불과하고 피고용자의 절반 가까이가 45세가 넘었다. 이는 일자리를 찾는 젊은 세대와 젊은 구직자를 원하는 신생 기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젊은 세대들은 나이 든 세대에 비해 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미래가 불확실한 신생 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크게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신생 기업은 최신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 학교 교육을 마친 젊은 세대를 채용하길 원한다. 물론 실력과 경험이 많은 나이 든 세대는 급여를 많이 줘야 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약한 신생 기업이 채용하기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따라서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는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매우 효과적인 정책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스타트업은 일자리 창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지만, 개별 스타트업의 고용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국가 전체 고용에서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작다. 2019년 기준 미국 민간 부문 고용에서 연령별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0~1년 기업의 경우 3.3%에 불과하지만 11년 이상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81.2%에 달한다. 특히 11년 이상 기업의 비율은 2001년 75.4%에서 2020년 81.6%로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반면 0~1년 기업의 비율은 2003년 4.6%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해 2020년에는 3.2%까지 줄어들었다. 이처럼 민간 부문 고용이 11년 이상 기업에 집중되는 것은 스타트업 창업이 감소하면서[6] 기업의 평균 연령(업력)이 높아지는 고령화[7]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 Ewing Marion Kauffman Foundation(2022).
(그림 2.4.2) 연령별 미국 기업이 전체 민간 부문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
한국에서도 연령이 적은 신생 기업은 일자리 창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통계청의 「광업∙제조업 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8]에 따르면 1996~2013년 동안 종사자 10인 이상 사업체가 연간 창출한 일자리 중에서 0~5년 사업체가 창출한 일자리의 비율은 거의 절반(연간 평균 45%)에 달했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9] 2022년 국내 스타트업[10]의 고용 증가율은 8.1%로 전체 기업의 고용 증가율(2.4%) 대비 3배 이상 높았다[11]. 특히 같은 기간 전체 기업의 청년 고용이 1.2% 감소한 반면, 스타트업의 청년 고용은 3.6% 증가해 스타트업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22년 말 기준 국내 스타트업의 고용 규모는 74.6만 명으로 전체 기업 고용의 5.0%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는 전년 대비 0.3%p 증가한 것이다.
스타트업은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성장에도 기여한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은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리거나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TFP)의 향상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경제 시스템은 노동, 자본 등의 요소를 투입하면 산출(총생산, 부가가치 등)이 나오는 블랙박스와 같다. 생산성은 투입 대비 산출이 얼마나 많은가를 나타내는 효율성 지표이다. 노동생산성은 노동 투입 대비 산출을 측정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생산성과 같은 단일요소생산성(Single Factor Productivity)은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노동생산성은 노동 투입뿐만 아니라 자본 투입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동 투입에 변화가 없어도 기계 장치를 도입하면(자본 투입을 늘리면) 산출이 늘어나 노동생산성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모든 생산요소의 총투입 대비 산출의 개념인 총요소생산성이 효율성 지표로 많이 쓰인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 요소 투입을 늘려야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으므로 적은 투입에도 더 많은 산출을 만들어 내도록 총요소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한국의 10인 이상 제조업 사업체 대상으로 한 연구[12]에 의하면 연령이 적은 신생 사업체는 연령이 많은 사업체보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갓 진입한 사업체는 생산성 수준이 낮다. 하지만 진입 후에는 높은 생산성 증가율을 보여준다. 사업체의 체계가 자리 잡히면서 매출, 부가가치 등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령이 증가할수록 생산성 증가율이 떨어져 연령이 5년이 지나면 생산성 증가율은 최고치 대비 평균적으로 80% 정도 하락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사업체가 오랫동안 고성과를 계속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미국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13]에서도 사업체 연령이 증가할수록 생산성 증가율은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사업체 연령과 생산성 간의 관계는 연령이 적은 신생 사업체가 제조업 전체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 이윤수, 김원혁, 지정구(2019). 사업체의 창업과 성장이 생산성 증가에 미치는 영향. 한국경제의 분석, 25(3), 131-162.
(그림 2.4.3) 연령별 사업체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
1995~2013년 동안 제조업 최종 수요 변화에 개별 사업체의 기여분을 측정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한국 제조업의 총생산성 증가율(aggregate productivity growth)을 측정한 연구[14]는 연령 0~5년의 신생 사업체가 제조업 총생산성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령 0~5년의 신생 사업체는 20여 년 간 평균적으로 제조업 총생산성 증가율의 48%를 담당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신생 사업체의 비율이 평균 13%임을 감안하면 신생 사업체가 제조업 총생산성 증가에 기여하는 정도가 매우 큰 것이다. 특히, 0~5년 신생 사업체에 의한 기여분은 제조업 총생산성 증가율에 비해 변동성이 적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 침체기에도 크게 하락하지 않아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총생산성 증가율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
자료: 김민호(2017). 자원분배와 생산성: 한국 제조업의 역동성과 시사점. KDI.
(그림 2.4.4) 제조업 총생산성 증가율 추이와 사업체 연령별 분해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스타트업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함으로써 국가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최근 미국, 한국 등 주요국에서 나타나는 경제 성장률 둔화 및 경제의 역동성 저하는 핵심 성장 동력인 스타트업의 창업 감소세와 무관하지 않다.
추세적으로 감소하는 스타트업 비율
미국 등 주요국에서 스타트업 창업이 감소하면서 경제의 역동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스타트업 비율(당해연도 창업 기업의 비율)이 1980년대 초반 약 13%에서 2012년 8%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을 ‘스타트업 결핍(startup deficit)’이라 부르며 원인과 영향 및 대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한국에서도 당해연도 창업 기업의 비율은 2002년 19.0%에서 2018년 11.7%로 감소했다*. 스타트업 창업 감소 이유로는 고령화, 저출생 등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세가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주: 각국 전체 기업 수에서 스타트업(연령 0~2년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
자료: OECD(2014).
(그림 2.4.5) 전 세계 주요국의 스타트업 비율(startup rate) 추이
* 오삼일, 이상아, 강달현(2020). 신생기업 감소와 거시경제적 영향. 한국은행.
< 참고 자료 >
[1] 재단 설립자인 유잉 매리온 카우프만은 1950년 자신이 창업한 1인 제약회사를 매출 10억 달러의 기업으로 키워 1989년 매각한 성공적인 기업가였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혁신과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절감한 그는 1966년 기업가정신 함양을 목적으로 카우프만 재단을 설립했으며, 1993년 타계할 때 약 8억 달러의 재산을 재단에 기부했다.
[2]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 개수에서 감축한 일자리 개수를 뺀 일자리 개수의 순 증가분을 뜻한다.
[3] Looze, J. and Goff, T. (2022). Job Creation by Firm Age: Recent Trends in the United States. Ewing Marion Kauffman Foundation.
[4] 카우프만 재단 보고서는 연령 1년 이하 기업들을 스타트업이라 부르고 있다.
[5] Paige Ouimet and Rebecca Zarutskie(2013). Who Works for Startups? The Relation between Firm Age, Employee Age, and Growth. Finance and Economic Discussion Series 2013-75. Federal Reserve System.
[6] 미국에서 해당 연도 창업 기업의 비율은 2000년 9.1%에서 2020년 8.5%로 감소했다(Economic Innovation Group(2023.9.28). Startups Reach a 14-Year High: Pandemic Impacts on Economic Dynamism Come into Focus.).
[7] 흔히 고령화하면 기업에 고용된 인력의 평균 연령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창업이 줄면서 전체 기업의 평균 연령(업력)이 높아지는 기업의 고령화 현상이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8] 김민호(2017). 자원분배와 생산성: 한국 제조업의 역동성과 시사점. 한국개발연구원.
[9] 중소벤처기업부(2023.3.23). 벤처∙창업기업(스타트업) 고용증가율, 전체기업 대비 높아. 중소벤처기업부 보도자료.
[10]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창업기업(스타트업)’을 「벤처기업법」상 벤처기업이거나,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11] 2022년 고용 증가율: 피투자 기업 29.8% 〉유니콘 기업 22.9% 〉벤처∙창업기업 8.1% 〉전체 기업 2.4%.
[12] 이윤수, 김원혁, 지정구(2019). 사업체의 창업과 성장이 생산성 증가에 미치는 영향. 한국경제의 분석 25(3), 131-162.
[13] Alon, T., Berger, D., Dent, R. and Pugsley, B.(2017). Older and Slower: The Startup Deficit’s Lasting Effects on Aggregate Productivity Growth. Journal of Monetary Economics, Vol. 93, pp. 68-85.
[14] 김민호(2017). 자원분배와 생산성: 한국 제조업의 역동성과 시사점. 한국개발연구원(K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