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국가 경제의 꿈나무

by 임 윤

한 나라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력 산업은 시대가 흐르면서 변천한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의 변화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의 수출은 1964년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23년에는 6조 3천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주력 수출 품목의 구성도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1960년대 초반 철광석, 무연탄, 오징어 등 가공하지 않은 원료품 형태인 1차 산품 중심이던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은 의류, 가발 등 경공업 제품을 거쳐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중공업 제품, 그리고 1990년대 이후에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 제품으로 고도화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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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 안은 수출 비율, * 선박 해양 구조물 및 부품, **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자료: 한국무역협회

(표 2.5.1) 한국의 5대 주력 수출 품목의 변천


주력 산업이 바뀌면서 한국의 매출액 100대 기업의 구성도 같이 변화해 왔다. 1970년대까지는 식품, 목재 등 경공업 기업이, 1980~1990년대에는 수출의 첨병 역할을 했던 종합무역상사가 매출액 상위권에 포진했으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자, IT, 자동차 업종의 기업들이 상위권으로 부상하였다. 한국 기업의 매출 규모와 연령 간 상관관계는 미약하나, 매출 규모가 1조 원 이상 되기까지는 최소 20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1]. 지금 한국 경제를 주도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은 1960년대 후반 이후에 창업된 기업들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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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삼성경제연구소(현 삼성글로벌리서치). CEO 인포메이션 153호 & 241호;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

(표 2.5.2) 한국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의 변천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주력 산업의 세대교체를 통해 성장해 왔지만 미래는 낙관할 수 없다. 우선 주력 산업 대부분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시장 성장이 정체되는 반면 신흥국 추격에 가속화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높다. 2000년대 이후 10대 수출 품목에 속했던 컴퓨터, 평판디스플레이(LCD를 의미) 등은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했고, 성장 잠재력이 높아 유망하다고 평가받는 배터리, 전기차 등의 산업에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이미 중국에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도래, 탈(脫) 탄소 경제로의 전환 등 미래에 대한 큰 그림(Big Picture)이 전 세계적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를 주도할 신산업의 윤곽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이 적어 매출액 상위권 기업 순위가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의 10년간 잔존율은 1955~1965년 10%[3], 1975~1985년 20%, 1995~2005년 60%에서 최근 10년간(2013~2023년)에는 70%로 높아졌다[4]. 상위권의 순위 변동이 심하지 않은 것은 어떻게 보면 국내 매출액 상위 기업들이 경영 환경 변화에 잘 대응하면서 안정적 성장을 지속해 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미국의 경제 잡지 포춘(Fortune)이 1995년부터 각국 기업의 매출을 집계해 발표해 온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매출액 상위 기업들의 국내 순위는 변화가 작아도 글로벌 순위 변화는 크다는 얘기다.

1995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한국 기업은 8개가 선정됐다. 2023년에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18개, 2024년에는 이 가운데 3개가 탈락해 15개가 선정됐다. 2024년 선정된 15개 기업 중 절반이 넘는 9개 기업의 순위가 하락했고, 순위가 상승한 기업은 6개였다. 포춘코리아는 6개 기업 중에서 ‘본원 경쟁력 향상’으로 순위가 상승한 기업은 3개(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뿐이고 나머지 3개는 업종∙지역 특수성 때문에 순위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5]. 한국의 매출액 상위 기업 대다수의 경쟁력이 정체 혹은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아닌지 우려된다[6]. 2001년부터 24년째 한국 기업 중에서 최고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1995년 221위, 한국 기업 중에서는 5위[7]로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선정됐다. 2001년에는 92위, 한국 기업 중에서는 1위로 뛰어올랐고, 2018년에는 역대 가장 높은 순위인 12위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순위가 하락하기 시작해 2020년 19위, 2023년 25위, 2024년에는 31위까지 순위가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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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포춘 웹사이트(https://interactives.fortune.com/global_500_2024/dashboard/)

(그림 2.5.1) 포춘 500대 기업 내 삼성전자의 순위 변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2018년 사내 회의에서 “아마존도 언젠가는 실패하고 파산할 것이다. 우리는 그날을 가능한 최대한 늦추려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기업의 수명은 100년 이상이 아니라 30년이 조금 넘는 정도”라고도 했다[8]. 1994년 설립된 아마존은 이제 기업 연령이 30년이 되었다. 아마존의 수명이 구성원들의 노력에 의해 얼마나 오래 연장될지 두고 봐야겠지만, 베이조스의 언급처럼 영원히 지속되는 기업은 없다. ‘언제냐’라는 시기의 문제일 뿐 그 어떤 기업도 실패나 파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향후 10년 뒤, 20년 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가 어떻게 바뀔지, 한국 기업은 몇 개나 포함될지, 현재 포함된 한국 기업 중에서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지 누구도 모른다. 다만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의 전성기와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 한국경제를 주도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베이조스의 표현대로라면 기업의 쇠퇴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노력을,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필사적으로 경주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 한국 경제를 견인하며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 새롭게 진입할 수 있는 스타트업 육성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대기업, 중소기업이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라면 스타트업은 국가 경제의 꿈나무인 것이다.




< 참고 자료 >


[1] 삼성경제연구소(2005.5.11). 한국기업 성장 50년의 재조명. CEO Information 500호.

[2] 설립 연도: 현대자동차 1967년, 삼성전자 1969년, SK하이닉스 1983년.

[3] 1955년 10대 기업의 10%, 즉 1개 기업만이 1965년 10대 기업에 포함됐다는 의미이다.

[4] 1955~65년, 1975~85년, 1995~2004년 잔존율은 삼성경제연구소의 CEO Information 500호, 나머지 잔존율은 한국거래소의 기업공시(KIND)를 참조했다.

[5] 포춘코리아(2024.8.6). [FORTUNE GLOBAL 500] 한국기업들, 역대 ‘최악’ 성적표. https://www.fortun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341.

[6] 한국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수성 혹은 업황 때문에 포춘 글로벌 500 순위가 하락할 수도 있다.

[7] 1995년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한국 기업 1위는 ㈜대우였다.

[8] CNBC(2018.11.15). Jeff Bezos to employees: ‘One day, Amazon will fail’ but our job is to delay it as long as possible. https://www.cnbc.com/2018/11/15/bezos-tells-employees-one-day-amazon-will-fail-and-to-stay-hung 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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