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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언자 Apr 28. 2016

<일상 에세이> '나'를 찾다

유년기의 나, 지금의 나

나는 오래 전 부터 '노트의 줄 칸'을 벗어나 글을 쓰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노트의 줄 칸'에 제한하거나 가두지 않고, 일필로 단숨에 적어내려가는 그들이 부러웠습니다.

   유년기의 나는 틀에 갇힌 소년이었습니다. 겁이 많아 어린아이가 맘껏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스스로 제한하는 아이였습니다. '남들이 뭐랄까'는 물음이 나를 지배하는 독재자였습니다. 그 불쌍한 소년은 독재자를 무너뜨릴 용기나 의지가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년으로써 누릴 수 있는 많은 자유를 스스로 지웠습니다.

   대학을 와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철학을, 철학을 공부하면서 문학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해,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생각하고 사유하기를 그치지 아니하며 모든 생각과 사유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생각은, 사유는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어디에 가둘 수 없고, 노트의 줄칸에 제한할 수 도 없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데, 유년기의 나는 그게 너무 두려웠나 봅니다.

   '노트의 줄 칸'에 맞춰 빼곡히 글을 쓰던 내가 불쌍했습니다. '남들이 뭐랄까'는 독재자를 두려워해서 벌벌 떨던 내가 안쓰러웠습니다. 한 사람을 간절히, 뜨겁게 사랑하면서 불안해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습을 이제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재자의 오랜 횡포에 저항하고 싶은 용기가 생겼습니다.

이제야 알을 깨고 나올 준비가 된 것 일까요?

   오늘은 일단 유년기 소년, 한 꼬마 남자 아이를 안아줘야겠습니다. 그리고 노트의 줄칸에 갇혀있는 소년을 꺼내줘야겠습니다. 고생 많았다고 토닥여줘야겠습니다. 오늘은, 지금은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인간이라는직업,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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