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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하 Nov 05. 2023

#29. 여행이 남긴 것들

싱가포르 한 달 살기

2023년 2월 2일 목요일
싱가포르 한 달 살기 27일차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이제 날짜로는 나흘,

밤으로는 세 번의 밤이 남았다. 


한 달이 금방이다. 

작년 늦여름쯤 생각하고 결정한 한 달 살기가 벌써 끝나간다니

시간의 빠름에 다시 한번 놀라고 있다. 


30일 동안 아들과 단둘이 여행을 하면서

우린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었을까.


애초 한 달 살기를 하려 했던 이유는

서울에서의 바쁘고 복잡하고 시간에 쫓기는 삶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가져보기 위함이었는데,

그 목표에 맞게 시간을 보냈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늘 "빨리빨리" "어서 어서"를 외치며 아이를 다그치던  시간과 공간에서 벗어나

시간에 개의치 않고 여유 있게 보내자고 했는데

과연 얼마나 지켜졌는지...

쫓기듯 지내지 말고 하고 싶으면 하고, 가고 싶으면 가고, 먹고 싶으면 먹자 했지만

막상 그렇게 잘 된 것 같지는 않다. 

(어제까지 쓴 일기들을 다시 읽어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ㅠㅠ)


한 달을 계획 없이 자유롭게 보내더라도

몇 가지 루틴은 만들어서 지키자고 했었는데 (산책하기, 수영하기, 일기 쓰기)

일기는 그나마 지켜졌으나 산책과 수영은 날씨와 아들의 컨디션으로

매일 지키지는 못했다.

일기라도 남겼으니 다행이다..



 

잠시 현재의 삶과 떨어져서 지내는 동안

앞으로 서울로 들어가서 어떻게 지낼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여행을 오면 생각할 시간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아이를 챙기며 미래를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그저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되새겨보았고

잊어버리지 않게 그때마다 짧게 메모로 남겨두는 게 최선이었다. 


그중에서 당장 다음 주에 집으로 가면 할 것들을 하나씩 적어보았다. 


신문 구독하기


원래 작년 연말에 종이 신문을 신청하려 했는데 싱가포르 한 달 살기로 잠시 미뤄 뒀다. 

집으로 돌아가면 제일 먼저 종이 신문 구독을 신청할 예정이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다른 매체로도 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종이 신문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종이 신문을 곧잘 읽었는데 

스마트폰 덕분에 종이 활자로 된 신문을 읽을 일이 사라져 버렸다. 

작은 화면을 스크롤 하면서 읽어 내리는 정보도 유용하지만

다양한 정보를 한 묶음으로 정리 요약하여 한눈에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종이 신문이야말로 정보에 대한 인사이트를 더 넓혀주고 사고력을 길러 준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수록 정보 습득이 더 빨라야 하고 공부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에

종이 신문을 하나의 방법으로 선택했다. 

문제는 어느 신문사를 선택할 것인가인데, 이는 집에 가서 좀 더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옷 다려 입기


평소에는 다림질을 잘 하지 않는다.

구김이 많거나 반드시 다려 입어야 할 옷들은 

스타일러로 돌려 입어서 크게 다림질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런데 싱가포르에 와서 티셔츠와 바지, 치마 등을 다려 입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옷을 팬시 하게 잘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구김 없이 깔끔하게 입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다림판이랑 다리미가 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스타일러를 구입한 이후) 사용하지 않고

어디 구석에 둔 것도 생각이 났다. 


이곳에 와서 매번 외출하기 전에 옷을 다림질해서 입는데 기분이 좋았다. 

빨래 건조 후 구겨진 옷들을 말끔하게 빳빳하게 다리니

내 기분도 같이 펴지는 것 같고

아들에게 나의 정성이 깃든 옷을 입히는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나와 내 가족이 입을 옷을 다린다는 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옷을 다려 입고, 다려 입힌다는 건 

스스로를 대우하고 또 옷의 주인을 대우한다는 뜻이라고 생각되었다. 

구겨진 옷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깨끗하게 펴진 옷으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자는

좋은 기운을 나눌 수 있는 작은 의식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TV 없애기


TV 없애는 건 나의 숙원 사업(?)이기도 한데 남편과 아들의 거센 반발로 아직 실행을 못하고 있다. 

지금 집으로 이사 오면서 TV를 정말, 아주 큰 것으로 새로 장만했었는데 (75인치)

거실 벽 한 면을 압도적으로 다 차지하고 있다.

(현관에 들어서서 중문을 열면 시커먼 TV가 늘 반겨주는 집...)

큰 화면의 TV 덕분에 영화 볼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긴 하지만

TV 때문에 온종일 세 식구가 TV 앞에 안자 있는 경우도 있어서 변화를 주고 싶었다. 

머릿속으로는 여러 가지 구도와 가구배치 등을 생각해 보고 있지만

나 혼자 사는 집이 아니다 보니 서울로 돌아가면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을 해봐야겠다. 





** 싱가포르 한 달 살기를 2월에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서 위 세 가지를 하나씩 실천했습니다.

먼저 경제 신문을 구독해서 매일 읽고 있구요.

매일 신문 읽기 실천 중.


옷도 매일 아침마다 다려서 입습니다. 옷을 다릴 때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도 너무 좋더라고요.

거실 TV도 지난여름에 처분했어요.



TV 대신 책장으로.

남편과 아들이 매우 아쉬워했지만 TV 없이 4개월째인데

나름 잘 적응하면서 각자 시간들을 알차게 보내고 있어요.

저 일기를 쓸 때만 해도 3가지 다짐을 잘 지킬 수 있을까 스스로 살짝 의문이 들기도 했었지만

결국 실천을 했다는 게 뿌듯합니다. 

생활의 작은 습관 하나라도 변화를 주면 큰 변화와 좋은 기운을 가져올 수 있음을 믿기에

앞으로도 작은 것부터 성장하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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