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한 달 살기
2023년 2월 9일 목요일
여행에서 돌아온 지 나흘째,
일상으로의 복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편이다.
여행이 끝나고도 3일의 쉬는 날이 남아 있어서
그동안 짐 정리와 빨래도 하고,
집 대청도도 싹~ 할 수 있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일이 그리 힘들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한 달 동안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지만
보통의 날들인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에 그리 큰 저항감은 못 느꼈다.
아마도 푹 쉬고 충분히 즐기고,
반대로 힘들기도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 달 살기를 통한 여행은 즐겁고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한 날들의 소중함도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다.
긴 여행을 통해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날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을 테고,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생활을 하며
크고 작은 스트레스도 있기에
다시 돌아온 평범한 일상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달 동안의 특별 육아휴직은 오늘 회사로 출근하면서 종료가 되었고,
오프라인 출근이 없는 재택근무로 이어지는 덕분에
더 편안하게 적응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아들은 아직 겨울 방학이 4주가 더 남았고,
달리 시간을 보낼 다른 계획이 없기 때문에
나와 함께 한 달 살기를 집에서 연장하는 모습이 될 것 같기도 하다. ^^;;
여행이 즐겁고 설레는 이유는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낯설고 생경함이 주는 흥분과 짜릿함은
익숙하고 편안한 곳으로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정감 때문에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번지 점프를 할 때에도 두 발이 단단ㄷ한 줄에 묶여 있고
아래에는 충격을 막아 줄 보호 매트가 있기 때문에
스릴을 즐기면서도 마음 놓고 뛰어내릴 수 있듯이 말이다.
여행도 그와 비슷한 것 같다.
결혼하기 전, 연애도 하지 않던 시절,
나름의 방황과 외로움이 있던 20대 말 30대 초반의 시절에는
혼자서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다.
그때는 외려 돌아오기 싫은 마음이 컸었고
어떤 우연한 기회가 나를 낯선 그곳에 붙잡아주기를 기대하며
떠나곤 했었다.
현재의 삶이 힘들어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짙었기에
여행을 통해 그 마음을 달래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훌쩍 지나 가정이 생기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아이와 함께 한 여행에서는
그 시절에 꿈꾸었던 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그려졌다는 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불안정하고 불완전했던 그때의 나는 이제 없고
나름 뿌리를 내리고 터를 잡아가는 내가 여기에 있다.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야 할지 모른 채
이리저리 휘둘리며 정신없이 지내던 그 시절의 내가
다행히도 이제는 터를 찾아 자리를 잡고
가는 실뿌리를 만들어 한 뼘의 땅을 차지하고
그 땅을 딛고 조금씩 일어서도 있다고 여겨진다.
아이와 함께 한 한 달 살기 여행이
내게 남겨 준 가장 큰 깨달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싱가포르 28일차~30일차는
다시 싱가포르 시내의 멋진 야경이 보이는 호텔에서 편안히 쉼으로 마무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