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하 Nov 05. 2023

#28.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싱가포르 한 달 살기

2023년 2월 1일 수요일
싱가포르 한 달 살기 26일차 


아들과 한 달 가까이 해외 살이를 하면서 

내가 얼마만큼 엄마로서 자질이 있는지 혹은,

육아를 함에 있어 나의 인내심과 임계치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아이가 아프면 한국에 있어도 예민해지고 걱정을 달고 사는 게 엄마인데

해외에서 아이가 아프니 예민함의 정도가 두 배 세 배가 아닌 몇 십 배의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지난주 아들이 아픈 동안 오로지 아이의 건강과 컨디션만 생각하며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더니 오늘은 갑자기 지치기 시작했다.

아이한테 이유 없이 짜증을 내면 안되기에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드러나고 말았다...

(아... 못난 애미 같으니라고!!!!)


호텔 수영장에서 매시간마다 키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오늘 오전에 수영장에 갔더니 마침 pool game을 시작하고 있었다. 


수영을 하면서 공놀이를 하거나, 

물 위에 떠 있는 폼 보트를 뛰어가며 건너는 게임 등 재미난 걸 많이 하고 있어서

우리도 같이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게임을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는 건 나의 생각이었고,

아들은 나의 생각과 달랐다. 


게임에 참여하고 안 하고는 아이의 마음이다. 

엄마가 하라고 해서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아들에게 물어보면 생각도 안 해보고 무조건 다 안 하겠다고 하니,

나는 그 지점에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무조건 아니라고만 대답하니 나도 화가 난 듯.


그런데,

말로는 하기 싫다면서 다른 아이들이 재밌게 꺄르르 웃으면서 하는 걸

멀거니 바라만 보는 아들의 모습이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가서 해보라고, 도전해 보라고,

직접 해보지 않으면 어떤 건지 알 수 없다고 말을 했는데 그래도 못하겠다고 하는 아들.


귀에 물이 들어갈까 봐.. 눈이나 입에 물이 들어갈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게임의 마지막에는 물에 빠져야 하는 건데 그게 무섭다고도 했다. 


하....

아들이 저 말을 늘어놓을수록 내 안의 인내심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내 표정을 보고서는, 

"엄마가 하라면 하겠는데... 근데 엄마는 내가 했으면 좋겠어? 그럼 구명조끼 가져와줘"

라는 말에 나는 그만 인내심을 잃고 말았다. ㅠㅠ


이러려고 그동안 수영을 배운 거냐, 물이 깊지 않아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못한다고만 하느냐라고

폭풍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평소에도 조심성이 많고 낯선 것을 싫어하고 겁이 있는 아이인데라는 생각에 멈췄다.

그래서 늘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고 의견을 존중해왔는데,

이게 뭐라고 내가 이러고 있는가라는 현타가 온 것이다. 


하고 싶은데 하기 싫고, 하고 싶은데 무서울 것 같고..


그래서 다시 차근히 이야기를 해보았다. 


자꾸 시도도 안 해보고 생각도 안 해보고 그저 못하겠다고만 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우린 낯 선 곳에 와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겠다며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하기 싫은 핑계만 대고 있으면 엄마는 속상하다.라고.


둘이서 썬 베드에 앉아서

해보자, 싫다. 해봐라, 안 한다. 해볼까? 아니...를 무한 반복하다가

결국 아이는 그럼 해볼까?라며 내 성화(?)에 등 떠밀려 pool game에 참여를 했다. 






늘 아이에게 하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해보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고,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기회는 놓치게 된다고.

모든 일에 소극적으로 행동하면 가질 수 있는 것도 못 가진다고.

언제까지 엄마 아빠가 옆에서 챙겨줄 수 없다고.

무엇이든 해보려고 하고 끝까지 해보고 피하지 말라고...


이제 갓 10살 된 아이한테는 무섭고 가혹하고 차가운 말 같지만

그래도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에게는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달하는 방법을 좀 더 부드럽게 할 수는 없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열 살 밖에 안된 아이에게 어떻게 잘 알아듣게 설명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지 않으면서도 엄마의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은 없을까?

오늘도 고민하다 서천석 교수님의 글을 옮겨 적으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내 마음 속의 이상적인 아이를 버리세요. 
허물투성이 내 아이를 인정하세요.
나 역시 부모로서 허물투성이며,
내 어린 시절도 그랬습니다. 

아이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는 부모들이 많아요.
하지만 아이들이란 원래 그렇습니다. 

조급한 마음이 화를 만들어요.
천천히 꾸준히 가르칠 수 있다생각하면
화가 덜 납니다. 
나의 바람과 현실의 간격이 클 때
화가 납니다. 

좌절감이 화의 뿌리입니다. 
그럴 때면 속으로 되뇌어 봅시다.
나도 부족하고 아이도 부족하다.
하지만 나도 괜찮고 아이도 괜찮다.

                                      - 서천석 교수님 글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중 -





이전 27화 #27. 잔잔한 하루를 보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