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한 달 살기
2023년 1월 31일 화요일
싱가포르 한 달 살기 25일차
센토사에서의 이튿날.
날씨는 어제처럼 살짝 흐리고 구름으로 가득 찼지만
조식 먹고 나서 곧장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수영장에 몸을 완전히 담그기에는 살짝 추웠지만
정시마다 진행하는 pool game도 하고 수영도 하고 카약도 타고
오전 시간을 수영장에서 알차게 보냈다.
오늘은 아들이 설사를 하지 않고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와서 먹는 것도 편안해졌다.
점심으로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 하여 룸서비스로 스테이크와 비프 샌드위치를 시켜서
둘이서 편하게 맛있게 잘 먹었다.
싱가포르에 와서 먹는 양이 부쩍 줄어들어서 위가 작아진 나는
조금만 먹어도 금세 배가 부르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덕분에 살도 빠지고.... (좋은... 거겠지?)
센토사에서 호캉스를 즐긴다 하여도 잠깐은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 나와,
차 타고 밖으로 나가기 싫어하는 아들의 간극은 어떻게 줄여야 할까...ㅠㅠ
정말 어르고 달래고 꼬셔서 겨우 잠깐의 외출에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센토사에는 무료 셔틀버스와 트램이 잘 되어 있어서 이동하기가 비교적 편하다.
게다가 우리가 묵는 호텔 정문 바로 앞에 정류장이 있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아들과 나는 A 번 버스를 타고 리조트 월드 센토사로 가기로 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곳인데 아들은 놀이 기구를 무서워해서 잘 안 타다 보니 입구에서 인증 사진만 찍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주변의 매장들을 구경하고,
레고 매장에 가서 신기한 AR도 구경하고선 본섬으로 나가기 위해 모노레일을 타러 갔다.
본섬 시내로 나갈 때 여러 방법이 있지만 모노레일을 타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모노레일을 타고 비보 시티로 향했다.
딱 한 정거장만 가면 되어서 탑승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젤 앞 칸에서 운전석을 보며 타고 가는 재미는 있었다.
딱히 뭘 하려고 비보 시티에 나온 건 아니었는데
찾아보니 비보 시티에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이 있다고 하여 거길 가보기로 했다.
지난번 오차드 공중 도서관도 그랬지만 비보 시티의 하버프런트 도서관도 쇼핑몰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특이하기도 했다.
먹고 놀고 쇼핑하는 공간에 도서관이 있을 수 있는 건
이곳 사람들은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 또한 먹고 놀고 쇼핑하는 것처럼 평소 생활에 밀접하고 일상적인 일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따로 도서관 건물을 찾아가지 않아도 가족들과 외식하러 갔다가 혹은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편하게 들릴 수 있는 곳으로 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살짝 부러웠다.
우리나라 쇼핑몰엔 대부분 식당, 마트, 쇼핑 가게, 영화관으로 되어 있는데 도서관이 같이 있다면 어떨까?
놀러 간 김에 나들이 간 김에 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고 멍도 때리고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버프런트 도서관의 하이라이트는 센토사 방향으로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큰 창 앞의 공간이다.
모든 자리와 의자가 바다를 향해 있고,
심지어 앞사람 때문에 시선이 가리지 않도록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센스까지 갖추고 있다.
도서관을 만든 이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우리도 바다가 보이는 멋진 뷰에 카페만 생기지 말고 이런 공간이 생긴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내가 만약 돈이 많다면...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이곳이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도서관 입구에서 왼쪽 방향으로 들어가면 어린이 도서관이 나온다.
시원하고 밝은 분위기의 어린이 도서관은 책장 높이도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져있고
직사각형의 딱딱한 책장이 아니라 마치 파도가 치는 듯한 형상의 곡면으로 된 책장이라
천천히 걸어 다니며 책을 골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책장의 디자인은 오차드 도서관하고도 동일한 것 같았다.
아들과 함께 도서관을 둘러보며 부러운 마음이 생겼다.
우리 집 가까이에 이런 도서관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아들은 크게 감흥 없어 보였지만 난 그런 마음이 들었다.
도서관 구경을 끝내고 fair Price도 구경한 후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렇게 센토사의 두 번째 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