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4학년 교실로 초대합니다.
코로나가 한창 창궐하던 즈음 코로나 우울증인지 교사 권태기인지, 개인적인 우울인지 모를 감정으로 2년 정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30대 중반이 되어 코로나의 중심에서 원치 않는 1, 2학년 부장을 3년을 하다 보니 번아웃이 온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우울감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최대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러다 문득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부터 일기를 썼고, 아이를 임신한 순간부터 돌 때까지는 각 잡고 육아 일기를 썼다. 그리고 교사로서는 매년 학급일지를 썼으니 이만하면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자평했다. 쓰는 행위를 좋아한다는 것이 꼭 좋은 글을 쓴다는 법은 없었지만 한 줄이든, 열 줄이든 쓰면 좋았다. 시간이 지나 가끔씩 발견하는 나의 글자취는 그 순간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법도 있었다.
글에 대한 마음을 2023년에는 개인적으로도, 학생들과도 많이 키워 나갔다. 개인적으로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고, 학생들과는 뉴스 일기를 1년 동안 써나갔다.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는 것도 아니고, 내 글이 빵빵 터져 구독자 수가 엄청 늘어나지도 않았다. 글쓰기 실력도 제자리인 것 같지만 글인지 기록인지 모를 행동을 지속하는 동기나 기쁨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매년 반복되지만 하루하루가 다른 교실의 기록을 남기니 바람에 사라졌던 내 열정과 마음이 내게 고스란히 남았다. (그동안 모래먼지처럼 사라져 간 내 교실 이야기 어디 갔니?) 육아일기도 마찬가지다. 잠이 부족한 신생아 육아 시절에 가까스로 몇 글자 남겼던 기록이 내 아이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재미있는 책이 되었으니 말이다.
2024 올해도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브런치북] 6학년 교실에 입장하시겠습니까? (brunch.co.kr)
작년에 처음 시작했던 뉴스 일기가 학생들에게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성장한 것을 스스로도 느낀 만큼 올해도 이어가 보려 한다. 6학년이 아니라 4학년이라서 고민을 해봐야 하는 부분이지만 내일 아이들과 직접 만나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꼭 뉴스 일기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쓰는 기쁨, 기록의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2024 올해의 확언: 나는 책 쓰는 선생님이 되고, 우리 반 학생들은 글 쓰는 아이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