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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Dec 16. 2022

아는 곳도 내비게이션에 쳐봐라.

백석체육센터와 백석생활체육공원테니스장

가을. 어떤 것을 해도 평타 이상은 칠 좋은 계절. 걷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그런 계절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여간해서 테니스장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리가 있으면 무조건 예약이다. 선 예약 후 스케줄 확인.


 "카톡"

이 방 저 방 흩어져있던 3명의 핸드폰이 거의 동시에 울린다.  


10월 15일(토) 12시 백석 테니스장.


와다다테니스 클럽 단톡방이다. 공지가 오니 무조건 참석이다. 어른들은 테니스 칠 생각에, 아이들은 서로를 만날 생각에 모두 오케이를 외친다. 명색은 클럽이나 두 가족, 6명의 회원이 전부라 일처리는 쾌속이다.




월요병과 평일의 고단함을 주말 테니스로 퉁치자며 열심히 버텼다. 드디어 오늘이다.

차가 막힐 수 있으니 도착해서 아점을 먹기로 하고 9시에 출발이다. 아이는 친구와 놀 것을 준비하고, 남편은 차에서 마실 커피를 내린다. 가서 마실 물과 간식도 챙겨본다.


아침부터 전화가 울린다. 회장님이다.


"어, 형. 아침 먹었어? 우린 지금 출발하려고. "

"큰일 났어."

"왜? 무슨 일인데?"

"내가 잘못 예약했어."


부산스러운 행동을 멈추고 조심스레 남편의 전화기에 귀를 갖다 댄다. 딸도 덩달아 동작 그만이다. 테니스 못 치는 줄 알고 눈이 동그래진다. 남편이 전화를 끊기만 기다렸다가 묻는다.


"왜. 왜. 무슨 일이야?"

궁금해 죽겠는 내게 웃으며 대답한다.

"형이 예약한 백석 테니스장이 일산이 아니라 양주래. 그걸 지금 알고 깜짝 놀라서 미안하다고 전화한 거야."

"뭐가 미안해. 미안할 일은 아니지."


다행이다. 테니스 못 치는 건 아니다. 다만 예약한 장소가 우리가 알고 있던 장소와 달랐을 뿐.

백석이긴 백석인데 고양이 아니라 양주다.


얼마 전 태안 음식점에서 칼국수를 먹던 옆 테이블 가족이 생각났다. 태안으로 처음 여행을 온 가족 같았다. 태안이 충청남도인지 북도인지 궁금해하는 아들에게 아빠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충청북도라는 것이었다. 틀린 걸 알려줄 수도 없고 그걸 들은 우리 부부는 태안이 어딘지도 모르냐고 눈빛으로 웃어넘긴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차례다. 백석이 양주에도 있는 거였구나.

몰.

랐.

다.   


일산에 사는 클럽 회장님은 내 동네 백석만 생각하고, 작년까지 근처에서 살았던 우리는 일산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회장님이 당일 아침 예약 장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해보니 엉뚱한 곳이 나와 그제서야 뭔가 잘못된 것임을 안 것이다.



일찍 나서기도 했고, 두 장소가 도착 시간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우리와 달리 회장님네는 영락없이 지각할 뻔한 상황이었다. 앞에서 차로 1시간 거리로 늘어났으니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우리는 이곳에서 만날 줄 몰랐다며 철렁한 마음을 나눈다. 그래도 여행 온 느낌이라 좋았다며 위로를 한다. 그리고 우리는 한바탕 소동 끝에 만났음에도 즐.테(즐거운 테니스)를 했다.



테니스 덕에 지리 공부도 한다. 아는 곳 같아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꼼꼼함도 배운다.


이제와 생각하니 속초에서도 테니스장 이름이 헷갈려서 다른 장소로 갈 뻔했던 게 생각났다.


속초시립테니스장과 속초생활체육공원테니스장. 불과 2km 차이에 그 지역도 잘 모르던 터라 두 곳이 다른 곳인지 알아채기 쉽지 않았다.


외지인이 다른 지역의 테니스장을 갈 때는 두 번 세 번 장소를 확인해봐야 할 일이다. 안 그럼 엉뚱한 곳에서 나 대신 테니스를 치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될 테니 말이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 업데이트 버전.

아는 곳도 내비게이션에 쳐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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