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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May 28. 2024

마이쮸와 캔디

일상의 다정 7

작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제자들은 가끔 모교를 찾아온다. 선생님을 정말 만나고 싶어서인지 6년의 추억이 서린 공간이 그리워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선생님을 뵌다는 것을 핑계 삼아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고 싶어서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모이는 아이들을 때로는 극적으로 학교에서 만날 수도 있으나 담임 선생님의 일정을 파악하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회의나 출장 등으로 교실을 비운 선생님을 못 만나고 돌아가기도 한다. 그들도 이제는 중학생이라 하교도 늦어졌을 뿐만 아니라 학원도 가야 하므로 자리를 비운 선생님을 하염없이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이렇게 날 못 보고 간 아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바로 책상 위에 올려진 작은 간식 덕분이다. 학급 아이들일 때는 받지도 않았지만 졸업한 아이들이 주고 작은 간식은 먹을 것이 아니라 다정함이다. 선생님을 뵈러 간다고 용돈을 모아 사온 마이쮸와 캔디를 보면 마음이 달달해진다.


작년 수업 중에

"왜 선생님이 마이쮸예요?"

"마이쮸? 그게 어디 쓰여있어?"

"저기요."

학생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TV화면 속 한 구석에 조그맣게 쓰인 마이쮸라는 이름이 보인다.


들키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괜히 허접한 닉네임에 얼굴이 발개졌다.

"아.. 아니, 선생님이 처음으로 선생님이 됐을 때 힘들 때마다 마이쮸 먹으면서 버텼거든."


아이는 그때를 기억하고서 마이쮸 드시고 힘내라고 적어놓았다. 어떤 아이는 용돈이 적어서 지금은 이렇게 사탕만 사 와서 죄송하다는 말도 했다.


아이들은 알까?

무사히 잘 졸업해서 새로운 중학교 생활을 잘하고, 잊지 않고 담임 선생님을 찾아와서 감사하다며 이야기해주는 너희에게 다정함을 느낀다는 것을.






얘들아, 근데 이제 선생님 마이쮸에서 갈아탔어.

요즘 레모나키즈가 그렇게 맛있더라.







작가의 이전글 상추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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