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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Jun 20. 2024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저두요!


다짜고짜 이은경 선생님과의 인연을 떠올려본다. (물론 온전히 나 혼자만의 것이지만)


1. 이젠 까마득하게 멀게 느껴지는 코로나19의 혼란스러웠던 학교에서 매생이 클럽을 알게 되었다. 그 흔한 와이파이조차 없던 학교에서 갑자기 스마트 기기와 웹캠 등을 구입하며 온라인 수업 자료를 갑자기 만들게 된 학교 현장에서 글쓰기 영상이었던 '매생이 클럽'은 한 줄기 빛이었다. 모든 자료를 다 만들 수 없어서 기존의 좋은 영상을 찾아 쓰는 것도 능력이었다. 초등 교사 출신이 만든 자료라니 일단 어느 정도 신뢰가 갔다. 게다가 순한 맛, 매운맛 등으로 수준별 글쓰기 자료인 덕에 '내 아이도 시켜봐야지.'라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렇게 2년여간 매생이 클럽으로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집에서는 자녀와 가끔씩 글을 썼다.



2. 슬초 브런치 프로젝트 2022에서는 1번의 인연과는 달리 한 달 동안 주 1회 정해진 시간에 줌 모임을 했다. 10명 남짓의 인원이었다면 제대로 얼굴 도장 찍었겠지만 100명도 훌쩍 넘어 내 존재를 알리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한번은 채팅창의 글을 이름과 함께 읽어 주셨다는 정도? 그 떨림 덕에 잠자기 전까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호사도 맛보았다. 이은경 선생님 덕분에 작년 1년 동안은 마음잡고 100개의 브런치 글을 써보는 대장정도 할 수 있었다. 뭐 대단히 신박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덕에 브런치에 이어 올해는 블로그에 이렇게 글도 써 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은경 선생님께 바치는 헌사 같은 글을 마무리하고 이번에 발행된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프롤로그를 보면 그 책에 대한 대략적인 나의 흥미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일단 이 책은 프롤로그 하나로도 책 한 권을 읽은 느낌이다.



 '엄마'라는 이름, 그 이름의 무게, 그 무게로 인한 불안과 흔들림, 그리고 다시 진짜 '엄마'가 되는 경험이 몇 장의 프롤로그에 다 들어있다. 



일상적인 단어들로 일단 최소 한 명 이상의 독자의 마음을 울린 그녀의 말발에, 글발에 질투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는 한 명이 아닌 엄청난 엄마들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엄마로서의 내 꿈은 이 아이가 내 눈에만, 집 안에서만 사랑스러운 아이로 기억되지 않는 것이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의 눈에도 기특하고 사랑스럽기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오가는 집 밖에서도 먼저 챙겨주고 싶고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둘째 아이가 느린 학습자임을 고백하며, 소위 말하는 '금쪽이'라고 담담히 말하는 저자가 두 팔 걷어붙이고 강조하는 것이 있다. 금쪽이로 자라지 않도록 자녀교육의 방법 두 가지를 말하고 있다.


1. 생애 초기, 즉 가능성의 시간에 제대로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안 되는 행동,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부모가 안 되는 행동을 안 되는 거라고 알려줄 수 있고 알려줘야 하는 어른은 바로 부모라고 말한다.          


가장 기본이지만 요즘에는 많이 놓치고 있는 2가지. 절실히 필요함을 저자는 명확히 짚어주고 있다. 



아이들은 원래 매일 싸웠다. 그게 본래 아이들의 일이다. ... 내 아이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벌벌 떠는 엄마들, 지금의 우리는 왜 아이가 상처받고 흔들리고 곤란해할 상황을 미리 차단하고 끝내 막아내는 일에 온 정성을 다할까?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당연시하는 지금의 이 무수한 노력이, 그래서 삼키지 못하고 쏟아버린 말들이 결국 아이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어른이지만 어른으로 살지 못하게 만드는 거라면, 엄마인 우리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알아차리지 않으면 누구나 진상이 될 수 있다' 중에는 퇴근 후 교사의 전화로 백바지에 핸드백까지 들고 모임에 도착한 저자가 겪는 일이 소개된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말하는 교사와 그것을 전해듣는 학부모의 두 마음이 모두 읽혀 공감이 된다. 그러면서도 위트 있는 저자의 모습이 상상이 돼서 울먹하다가도 피식 웃음이 난다. 




교사의 전화에 '선생님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냐고, 왜 자꾸 내 아이만 색안경 끼고 바라보시냐고, 우리 애만 차별하시는 거 다 안다'라고 쏘아 붙일 수도 있었던 저자가 아이에 관해 쓴소리를 용기 낸 선생님의 안타깝고 조마조마한 심정을 읽어 내서 '바디로션 팡팡 바르겠다'로 마무리한 하루의 한 조각을 엿보고 나니 작가를 다정하게 응원하고 싶다. 



올해 학급일지에 낙서처럼 기록해둔 문장 또한 다정이라, 이 책에 또 한 번 애정이 생긴다. 



#작가님저랑'찌찌뽕'





여전히 다사다난한 학교의 일상 속에서 '다정한 교사'이고 싶고, 

내 아이를 반듯하게 키우고 싶은' 다정한 엄마'이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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