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책을 못 읽겠어.

글씨를 모르는 건 아니고

by try everything

윤영주 작가의 '마지막 레벨업'을 반 아이들과 함께 읽고 있다. 학교 자율 시간이 4학년에 도입이 되어(학교마다 배정 학년, 주제가 다르다) 독서 프로젝트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온책 읽기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는 '윤영주 작가와의 만남'이기에 미리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 나눔과 독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판타지아라는 게임과 학업 스트레스, 학교폭력, 진정한 친구, 자아 찾기 등의 주제가 잘 어우러져있어 몇 년 동안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아이들을 상대로 혼자만의 내기를 하기도 한다.


'너희들이 과연 이 책을 읽고도 책이 재미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40분 정도 함께 읽고 나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도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고도의 계산으로 흥미진진할 때쯤 끊어 주는 전략을 쓰는데 더 읽자고 조르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내기에서 꼭 승리자가 된 것 같다. 그것 봐. 내 말이 맞지? 이 책 재미있지? 라며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1시간씩 10번은 읽은 것 같은데 생각을 나누며 읽다 보니 아직도 이야기의 끝이 나지 않아 조바심이 들었다. 작가와의 만남이 코앞인데 질문 만들기도 해야 하고, 독후 활동도 해야 하니 시간이 빠듯한 느낌이 들어 오늘은 책의 결말을 꼭 보리라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돌아가며 읽었던 것이 느린 진행의 원인인 것 같아 오늘은 빠르게 읽어 주기로 하였다.


아이들이 충격에 휩싸였던 장면도 지나고 더 중요한 장면을 읽어갈 때쯤, 순간 목이 메었다. 몇 번이나 읽었던 작품인데 소리를 내어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책을 눈으로만 읽을 때와 소리 내서 읽을 때는 전혀 다른 감정이 표현될 때가 있는데, 시간에 쫓기듯 빠르게 읽으면서도 언제 그런 감정이 와닿았는지 모를 일이었다.



"(흠흠)... 얘들아, 선생님이 책을 못 읽겠어."

"왜요?"

"음.... 너무 슬퍼."

"...."


아이들이 당황한 것 같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후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제가 읽을래요."

"아니야. 선생님 다시 괜찮아졌어. 선생님이 오늘은 빨리 읽을게. 미안."


못 읽겠다고 고백하고서는 아이의 반응에 다시 정신이 번쩍 들어 아이의 아쉬운 표정을 뒤로하고 다시 소리 내어 읽었다. 몇 줄을 읽다가 다시 멈춘다.


"아...... 얘들아 선생님이 진짜 못 읽겠다."

"또 슬퍼요?"

"응."

"선생님, 그럼 그냥 울어도 돼요."

"선생님인데 울어도 돼?"

"네!!!!"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나는데 눈물도 날 것 같아 아까 손을 들었던 아이에게 책을 읽어달라 부탁한다. 그 아이는 신이 나서 책을 읽는다. 그동안 마음을 다시 가라앉히고 아이에 이어 다시 책을 읽는다. 부지런히 읽은 덕에 계획대로 책을 다 읽었다. 아이들도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풀리고 주인공의 새로운 생활을 응원해 준다. 2탄은 없냐는 아이들에게 책의 재미와 책 읽기의 기쁨이 전해진 것 같아 뿌듯해진다.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고는 하지만 가끔씩 수업 때 대책 없이 눈물이 자주 핑 도는 탓에 난감할 때가 있다. 아이들은 씩씩한데 선생님은 자주 코끝이 빨개진다. 어쩜 이리 글을 잘 쓰는 작가가 많은지 그림책을 읽으면서도, 동화책을 읽으면서도, 청소년 문학을 읽으면서도 울컥울컥 한다.


이렇게 아이들 앞에서 눈물까지 찔끔 나게 글을 잘 쓰는 작가들에게는 왠지 모를 질투도 난다. 아이들 앞에서 자존심은 있어 약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은데 얼굴도 모르는 작가님들의 글이 날 궁지에 몬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에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아이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40살 넘은 어른이 눈물 보이기는 싫어서 책을 읽다말고 오늘도 눈물을 꼭 참아본다.


작가님들 글 살살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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