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남편이 예뻐 보일까
토요일 오전 7시라는 시간에 아내가 깨어서 독서모임을 한다. 이 아내로 말할 것 같으면 며칠 전부터 '아무튼, 잠'이라는 책을 읽고 있으며(아무튼 시리즈는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쓴 에세이이므로 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저녁에 자도 아침까지 잘 수 있으며, "아휴 졸리니까 맥심커피 한잔 마시고 자야겠다."라는 기이한 말을 해내는 카페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잠순이다. 새벽 5,6시도 아닌 7시에 일어나는 게 뭐 대단한 일일까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다시 말하자면 주말 오전 7시는 잠순이 아내에게는 매우 이른 새벽과 같다.
아내는 한동안 거실 테이블 위에 붙박이처럼 올려져 있던 '즐거운 어른'이라는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한다고 했다. 고요한 거실에서 컴퓨터 너머로 드문드문 들리는 이야기와 간간히 말하는 내용에서 아내는 무소유와 게으르지 않겠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왜 그 아내는 원두를 담을 새 통을 사는 게 어떻겠냐고 묻는 것일까? 그리고 왜 아침을 다 먹었는데 식탁에 그대로 앉아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만 하다.
'무소유라면서 왜 또 산다는 것인가.'
'게으르지 않을 거라면서 이제 일어나서 할 일 좀 하는 게 어떨까.'
수많은 물음을 견디지 못하고 아내에게 묻는다.
"아까 뭐 무소유라고 하지 않았어? 게으르지 않겠다고도 했던 것 같은데?"
아내는 잠깐 대답이 없다. 그러고는 말했다.
"독서모임에서도 말했지만 잘 못하고 있으니까 목표로 삼고 싶다고 말한 거지."
맞다, 그렇게 말했다. 아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 목표로 삼았으면 실천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치, 그래서 노력하고 있어."
"근데 왜 또 산다고 그래?"
"아니, 원두 새로 사면 꼭 애매하게 남길래 큰 통에 한 번에 담아놓으면 자기가 좋아할 것 같아서 그랬지. 나도 그래서 저번에 사려고 했는데 안 샀어. 자기 편할 것 같아서 살까, 하고 물어보기만 한 거야."
"아..."
그러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자기야, 추구미 몰라?"
"추구? 추구한다는 거야?"
"그치, 내 추구미가 무소유랑 미니멀이랑 부지런함이거든. 못하고 있으니까 추구미! 잘 하고 있으면 내가 추구하겠어?"
맞다, 아내 말이 백번 맞다.
아내는 다 생각이 있다. 미니멀을 추구하는 아내가 날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사려고 한 것이었는데 미처 몰랐다.
역시 남편은 그냥 아내말만 잘 들으면 된다.
아내 덕분에 '추구미'라는 새로운 단어도 알게 되었다.
하마터면 남편과 또 싸울 뻔했다.
아침부터 독서모임까지 한 멋진 나인데, 이깟일로 싸울 순 없지.
부드럽게 넘긴 나 스스로를 칭찬하며, 남편이 언제쯤 예뻐 보일까 의문이 든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줘야 하는 아내의 삶이 피곤하지만 언젠간 남편도 예뻐 보이겠지.
(남편의 시점에서 본 나, 이렇게 서로를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