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불안함', '조급함'
내가 어떤 사람인지 솔직하게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중, 고등학생 때 가족과 외식을 갈 때면 늘 책을 챙겼다. 그 책을 열심히 보는 것도 아니지만, 언제라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의 안정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엄마는 공부할 때 집중해서 하고, 밥 먹으러 갈 때는 편하게 먹고 오면 되지 왜 그러냐는 핀잔도 주셨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매번 책을 챙겼다. (여기서 나의 성적이 전교권에 드는 우수한 편도 아니었다는 점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간다.)
대학교 때는 기숙사 생활을 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시험기간이면 전공책 하나과 펜까지 야무지게 챙겨, 2층 침대에 올랐다. 책은 펼쳐보지도 못하고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드는 적도 있었고, 몇 글자 보고 꿈나라행 열차를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룸메이트 친구들과 만나면 보지도 않는 책을 침대로 가지고 올라간다는 이야기는 몇 년이 지난 요즘도 웃음거리로 회자된다. 요즘도 안경을 쓰고 책을 보다 잠드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은 내 방의 불을 꺼주고, 안경을 벗겨주는 것이 저녁 일과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입시준비생의 조급함이라고 보기엔 내 모습은 늘 한결같았다. 사회인이 되어서 있는 힘껏 일하고, 공부하면서도 내가 잘하고 있는지, 맞게 가고 있는지 늘 불안했다. 그래서 퇴근 후 문요한 정신과 의사의 심리학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떨칠 수 없는 불안과 조급함의 이유와 해결책을 찾고 싶어서였다. 4번의 수업을 들었는데 사실 첫 수업을 시작하며 꺼내신 첫 문장에서 내게 필요한 답을 찾았다.
"여기 오신 분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겠지만..
유전적으로 낙천적인 성향 혹은 불안한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아마 여기 오신 분들은 대부분 후자일 거예요"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말씀하신 그 한마디가 내게는 무척 크게 다가왔다. '내가 왜 이러지?', '어떻게 하면 되지?'라고 고민했던 부분이 '그냥 이게 나구나' 하고 받아들이니 간단해졌다. 문제가 될 것도, 해결해야 할 것도 아니었다.
이런 불안함은 나의 부족함을 더 격렬하게 인정하게 한다.
그래서 그 부족함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 한다고 나를 다그치는 동력이 된다. 누워있고, 자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런 불안함이 나를 일어나게 만든다.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다.
그러니 때로는 아름답지 않게 느껴지는 나의 모습에 물음표를 품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부정적 요소라 느꼈던 나의 모습 뒤에 숨겨진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 토닥여주고, 지금 이대로도 참 멋진 나라고 말해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