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모님은 내가 결혼하지 않아도 좋겠다고 했다.
다만 한 가지, 더이상 부모님이 내 곁에 함께 있을 수 없을 때만은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혼자 살아도 되지만 훗날을 위해 좋은 짝이 나타나거든 결혼하라는게 그분들의 뜻이었다.
나는 꼬맹이 시절부터 독신으로 살거라는 말을 잘도 내뱉었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남들이 해본만큼의 연애는 해봤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늘 먼 일처럼 느껴졌던게 사실이다. 결혼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부모님의 뜻을 알고나서야 청개구리마냥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주변 친구들이 속속 결혼을 하는 30세 언저리의 나이였기에, 인연을 만나야 한다는 조급함에 불을 지폈다.
그때부터 적극적인 자세로 소개팅에 임했다. 누가 내 좋은 짝일까 두 눈을 크게 뜨고, 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인연이 그렇게 쉽게 마주치면 좋으련만 많은 사람 중에 서로에게 좋은 짝을 만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라는 무게가 더해지면서 만남은 마의 세 번을 넘기기 힘들었다.
연초에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소개팅은 연말 무렵이 되자 완전히 피로해졌다.
'그래, 소개팅도 이제 해볼만큼 해봤고 미련은 없다.'
나는 그다지 끈기 있는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어서, 만남을 더 시도해보는 것보다는 혼자 사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혼이니 좋은 짝이니 하는건 머릿 속에서 말끔히 지워버린지 얼마 안되었을 때,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좋은 사람이 있는데 소개를 받아보지 않겠냐는 연락이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일말의 고민없이 선뜻 응했겠지만, 할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어린시절 가지에서 나뭇잎을 하나씩 뜯으며 고민했던 모양으로 만남의 여부를 결정했다.
만날까,
만나지 말까...
만날까.
그렇게 그 사람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