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님을 만날 확률
소개팅이라 부르고 맞선이라 쓴다
혼자 살겠다고 마음 먹고나니, 지인의 주선으로 남자를 만나러 가는 길에도 긴장감은 제로였다. 내님을 소개팅 상대로 만날 확률은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을 무수한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일말의 기대도 없었다.
긴장감이나 기대가 없으니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소개팅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을 조금 헤매어 조금 늦었는데, 상대는 미리 도착해서 착석해 있었다. 가장 처음 눈에 띄었던 점은 상하의를 구김 하나 없는 정장으로 입은 것이었는데, 격식을 차려 입은 옷으로 인해 이 자리가 소개팅 보다는 맞선에 분위기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주었다.
동시에 그는 '나 선해요'가 써있는 것만 같은 얼굴로 생글생글 웃고 있어, 전반적인 첫인상이 매우 말끔했다.
내 머리에 사이렌이 울렸다. 말끔한 이런 남자에게는 자칫 외면만 보고 홀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그러나 이미 홀렸었던걸까. 그가 순간순간 부끄러움에 어색한 미소를 숨기지 못하거나, 물을 건네주는 손이 조금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후로는 마냥 귀여워 보였다.
음식을 주문하고, 대화를 하면서는 좀더 즐거워졌다.
직업군이나 종교가 같아 공통사가 많았고 생각의 결이 비슷했다. 뚝뚝 끊어지는 형식적인 대화보다는 진짜 생각을 나누는 대화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무엇보다 그의 태도가 매우 담백했는데, 이후 만남을 기약하면서도 섣부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식사를 하고, 카페에 가고, 호수 둘레길까지 산책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나는 그가 더 궁금해지고 더 알고싶어졌다.
밤이 깊어져 그의 차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나 이 사람에게 호감이 있구나'라는걸 인지한 순간부터 뚝딱거렸던 것 같은데, 그 몇 시간을 곱씹으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었다. 씻고 침대에 누워 그에게로부터 온 톡을 확인하는 것은 또다른 기쁨이었다. 그와 취미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잘자라는 인사를 전하고, 이미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으로 잠들었다. 다음에 만나기로 한 날까지 얼마나 남았나 헤아려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