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에 '이 사람이다'를 직감한 그와 나.
연애한지 2년여 만에 결혼 준비에 돌입하게 되었다.
스드메부터 집에 들일 가전가구까지 선택할 것들이 많아 투어로 시작해서 투어로 끝난다는 결혼 준비, 그 과정에서 예비 부부가 필히 싸운다는 이야기도 익히 들었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은 터였다. 하지만 이 과정을 무사히 지나면 어엿한 아내와 남편이 되리라는 사실이 마냥 꿈만 같고 설레이기도 했다.
내가 결혼 준비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인이 물었다.
"웨딩플래너 정했어?"
"아니, 안 써."
내 대답을 들은 지인이 푸하, 폭소를 했다.
"웨딩플래너가 다이어리인줄 아는거야?"
웨딩플래너라는 말이 익숙지 않아 연초에 구입해서 쓰는 플래너같은 걸로 착각하고 만 것이다.
그만큼 결혼이라는 것에 무지했다. 결혼이 처음이니 무지할 수 밖에 없기도 했고 말이다.
나처럼 결혼에 무지한 사람들은 웨딩플래너를 통하면 결혼 준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느 시점에 무얼 예약해야 하는지 그들이 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웨딩플래너를 안 쓴다던 나의 말은 씨가 되어 나는 결혼 준비 기간 동안 웨딩플래너를 쓰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 생략할 수 있으면 생략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괜히 중간에 사람을 껴서 이것저것 선택의 옵션이 많아지는 것을 막고 싶었다.
그리하여 오로지 발품 팔아 진행하게 된 결혼 준비.
가장 먼저 결혼식 날을 고정하기 위해 결혼식장으로 상담을 받으러 갔다. 주차 공간과 교통편이 좋고, 밥이 맛있고, 가격도 합리적인 OO식장에서 해야겠다고 예전부터 생각해두었기 때문에 여러 식장을 투어하는 번거로움은 덜었다. 식장에 들어서니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로비가 평일이라 한산했다. 우리는 식장 직원으로부터 예비 신랑과 예비 신부라는 호칭을 부여받아 두 가지 타입의 홀을 둘러봤다. 같은 장소에 몇 번이나 하객으로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예리한 눈초리로 식장 곳곳을 뜯어 보았다. 두 홀은 수용 인원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예상되는 하객 수에 따라 홀을 결정했다.
연회장까지 둘러보고 상담실로 돌아와 내년도 결혼식 가능한 날짜와 시간대를 확인했다. 나의 예비 신랑은 날짜를 주욱 살펴보더니 3개월 후의 날짜가 좋겠다고 했다. 그는 결혼식을 최대한 빨리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3개월이라는 시간은 신혼집을 구하고, 결혼 사진을 찍고, 청첩장을 돌리기에 너무나 빠듯한 시간이었다.
날짜 선정에 이견이 있는 예비 신랑 신부는 잠시 의논을 하여 최소한의 준비 기간을 확보하면서 가장 빠른 날짜로 6개월 후의 날짜를 선택했다. 이제 날짜 하나를 정했을 뿐인데, 이상하게 벅찬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나 내년 O월에 결혼해요!' 라고 할 수 있게 됐다.
그 말인즉슨, 발등에 불 떨어졌다는 얘기와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