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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이라는 거품

'특별한 하루'라는 무게

by 우스갯소리

결혼 준비를 하면 할수록 '웨딩'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갖은 명목으로 값이 매겨진다는걸 알게 되었다.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웨딩 사진을 찍을 때 이미 돈을 지불함에도 원본과 수정본을 받으려면 따로 추가금을 내야 한다는 것. 서너군데 웨딩샵을 투어하면서 생각보다 길고 긴 설명을 듣고 나니 진이 다 빠졌다. 그 긴긴 설명은 결국에 '웨딩이 붙으면 다 돈이야~'로 한줄 요약할 수 있었다.


긴 상담 시간과 웨딩샵의 능수능란한 호객 행위에 기가 빨린 나는 될대로 되라 싶은 심정이 들었다. 드레스에 대한 큰 로망도 없을 뿐더러 웨딩사진은 안 찍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타고난 내향인인 내가 여러 사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웨딩사진을 찍는 상상만으로 인중에 땀이 나는 것만 같았다. 역시 타고난 내향인인 예비 신랑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 끝에 웨딩 사진은 셀프 촬영으로 간소화 하기로 하고 드레스와 메이크업은 결혼식장 내에 위치한 작은 웨딩샵에서 하기로 했다. 그곳의 가격이 합리적이었을 뿐더러 원장님의 과하지 않은 응대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웨딩의 주축인 스드메를 어떻게 할지 정했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때 대체 어디서 살아야할지 막막한 마음으로 빌라와 아파트를 보러 다녔으며, 예산에 맞춘 전세 신혼집을 겨우 구하여, 가구 거리 이곳저곳의 침대 매트리스에 드러누워 보고, 틈틈이 결혼 전 다이어트를 하고, 냉장고와 세탁기 등 필수 가전 제품을 보러 다니고, 셀프로 웨딩 사진을 찍고, 청첩장 디자인과 문구를 고르고, 결혼 소식을 전하려 지인들을 만나고...

결혼을 준비하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결혼식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랑 신부들의 카페에서는 스드메 선택에 얼마나 공들여야 하는지, 혼수는 어떻게 했는지 등 여러 이야기들이 올라온다. 다수가 동일한 선택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보는 나는 그 말들을 꽤 참고하기도 했다. 결혼을 준비해보고 2년 살아본 입장에서는 자기 상황과 분수에 맞게 하는 것이 더 맞는듯 보인다. 결혼식이 살면서 딱 한 번 뿐인 나의 행복한 순간이라면, 결혼식 이후에 배우자와 함께 살아갈 여러 날들이 더 중요하다. 특별한 하루를 위해 준비하는 것들이 헛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하루에 너무 힘주다가 더 중요한걸 놓치지 말아야 된다는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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