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침묵의 시간

결혼을 할거라면

by 우스갯소리

내가 배우자로 점 찍은 그 사람은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나의 아버지는 삼십여 년간 당신의 사랑으로 나를 키워준 사람이다.

그런데 나의 아버지가 그 사람을 반대한다.

이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걸까?

누군가는 아버지가 내 인생 대신 살아줄 것 아니니 나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부모님 말씀 들어 나쁠 것 없다고 할 것이다. 막상 그 상황에 마주하면 쉽사리 판단이 서질 않는다. 나에게는 어느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이가 없다.


그리하여 나는 침묵을 선택했다. 아버지의 뜻에 대한 암묵적 시위요,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스스로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왜 그 사람과 결혼하려고 하는지,

부모님이 우려하는 점은 무엇인지,

그 사람의 좋은 점은 물론 그렇지 않은 점도 함께할 각오가 되었는지...

이전까지는 직관적으로 결혼을 그렸다면, 이 시간 동안은 내가 미처 헤아려 보지 못한 부분까지 헤아려 보고자 했다.


긴긴 침묵의 시간을 거쳐 한 가지가 뚜렷해졌다.

역시나,

지금 이 사람과 결혼해야 겠다는 것.

처음부터 끝까지 확고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쩌지? 또 저런 일은?'

겪어보지 않은 미래의 불안함에 휩싸이는 시간을 거치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이란 아무리 예상하려 해봐도 모든 수를 예상할 수 없는 법이고, 그래서 배우자를 생각할 때 내게 더 중요한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그제야 결혼에 대한 나의 뜻을 행동으로 옮겨야 겠다는 결심이 섰다. 남자친구와 부모님의 첫만남 이후 약 1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는 아버지와의 언쟁이 불가피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그분의 뜻이 나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기에 완고했지만, 나는 물러나지 않았으며, 그러기를 또 여러 날이 지나야 했다.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나의 확고한 뜻을 알게된 아버지는 결혼을 수락하게 되었다. 일 년 전에 문전박대 했던 그와 다시 마주앉아 이번에야말로 예비 사위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 일을 겪고 나는 단짝 친구와 이런 소회를 나누었다.

"그런데말야, 나중에 자녀가 결혼하겠다는 사람을 데려오면 너는 어떡할거야?"

"일단 처음에는 마음에 들어도 반대해야겠어."

"왜? 너 아버지 반대로 힘들어 했잖아."

"자녀의 뜻이 확고한지 봐야할 테니까. 나중에 가서 그때 왜 자기를 안 말렸느냐고 원성을 들을지도 모르고."

"오, 그러네!"

어쩌면 아버지가 처음부터 한 수 위였을지도 모르겠다.

keyword
이전 07화부모님께 남자친구를 소개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