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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남자친구를 소개한 날

딸과 아빠의 입장 차이

by 우스갯소리

그와 내가 결혼하고 싶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니, 남은건 알콩달콩 연애하면서 결혼의 수순을 밟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결혼식장에 들어선건 그로부터 2년 후의 일이었다. 그 기간동안 이 연애의 안티인 나의 아빠와 기나긴 대치를 해야만 했다.


부모님께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남자친구는 정장을 입고, 꽃다발과 긴장감을 안은 채 우리집에 입성했다. 이런 구도의 삼자대면에 익숙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모두가 어색한 공기 속에서 어찌저찌 인사를 하고 소파에 앉았다. 막 인사를 나누고 5분 정도나 되었을까, 아빠는 그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정면을 응시한 채로 물었다.

결혼할 생각이라면 재정적 준비가 되었는지,

부모님은 뭐하시는 분인지.

초면에 어떠한 빌드업도 없이 적나라한 질문이라니. 재정적인 면이나 부모님에 대한 것은 사람 됨됨이를 파악한 후에 차차 해도 되는 질문 아니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남자친구의 답은, 내가 듣기에는 결혼하여 가계를 우려해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빠의 성에는 차지 않았나보다. 더는 길게 말을 나누지 않고 내게 남자친구를 배웅해 주라고 했다.


글쎄, 당신의 마음에 썩 들지 않았더라도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만이라도 나와 남자친구를 좀더 배려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마음이 쓰라렸다.

이왕이면 자녀가 결혼하여 풍족하게 살았으면 하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초면에 너무 무례한 언사였다. 집을 나서서 남자친구를 배웅해주고 오는 길까지 둘 중에 누구도 속에 있는 말을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아빠가 이 만남에 부정적이라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오늘 일은 아빠가 무례했다고, 미안하다고 말을 꺼내는 것마저 어려워 입꼬리를 당겨 애써 웃었지만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빠에게 따져 물었다. 사람 됨됨이를 먼저 파악해볼 수는 없었던 거냐고. 그 사람을 알아볼 기회는 오늘 말고도 있으니 초면인 오늘은 인사를 나누는 정도로도 충분했을거라고.

아빠의 답은 이랬다. 두 번 세 번 보면 사람이 정들게 마련이라, 처음부터 아니면 두 번은 안 보는게 낫다고.

그러니 너도 이 연애는 일찍이 관두라고.


엄마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부녀 사이에서 마음 졸이며 평화의 다리를 놓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나에게 와서는 아빠가 다 너를 위해 그런거라면서도,

아빠에게 가서는 우리딸 만나는 사람 인상이 좋아 보였다면서.

결국 그날 나는 나대로 엄마 앞에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아빠는 내가 그 사람의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는 관심도 없는거야.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태도로 사는 사람인지는 안중에도 없지!"

속내를 잘 내비치지 않는 딸이 처음으로 비통하게 우는 모습을 보고 엄마는 당신 역시 울먹이는 소리로 "울지마, 울지마" 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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