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눈이 즐겁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면 입구에서부터 인테리어 소품, 그릇, 빈티지, 소가구 등이 조화롭게 장식을 이루고 있다. 규모가 꽤 커서 발걸음을 옮기면 또다른 소품과 장식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아기자기한걸 좋아하는 엄마가 정말 애정하는 소품 가게다.
주인은 센스가 남다른 40대 여자 분으로, 오랜 시간 구경해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이 가게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집 꾸미는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꾸미는 것도 센스가 남다르고 부지런한 사람이 해야 보기 좋은 것이지, 처음에 예뻐서 사놨다가 먼지가 내려앉으면 짐이 되기 일쑤다. 여러모로 낭비다, 라고 생각한다.
그런 나라도 그곳에 가면 무언가라도 사고싶은 마음이 든다.
엄마는 오죽할까 싶다.
한참을 구석구석 구경하고 엄마는 식기류 건조대를, 나는 욕실 발매트를 구매했다. 사고싶은 것들이야 많았지만,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계산대로 가져가기로 결정한 것들은 실용적인 목적이니 충분히 살만하다는 나름의 근거를 만든 까닭이다. 합리적인 구매를 했다는 생각으로 손에 물건 하나씩 들고 나오니 뿌듯한 마음은 덤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호수길에 좌판을 펼친 할아버지에게 군고구마를 사 먹었다. 노릇노릇 속살이 노오랗게 익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아직은 뜨거운 고구마를 연신 호, 호 불면서 먹는 순간이 행복이 아니면 무엇일까. 마주보는 엄마와 나의 얼굴에 같은 미소가 걸려있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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