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생기고 임신 초기에는 입덧과 자궁 내 피고임으로 외출도 삼가고 몸을 사렸다. 임신 중기가 되자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석 달 정도 쉬느라 흐물흐물해진 체력을 복구하는 몸부림으로 운동도 시작했다.
출산까지 멀게만 느껴지던 시기에도 다른 예비 엄마들은 진즉부터 육아 용품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아기비데며 스와들업이며 하는 이름도 생소한 용품들에, 어떤 용도로 쓰는지도 모르겠고, 브랜드는 또 얼마나 다양한지! 손수건은 거즈와 엠보로 구분해서 산다는 것과, 젖병과 젖꼭지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 유모차는 절충형과 디럭스형 등이 있다는 것도 새로 알게된 사실이다. 그나마도 육아용품에 관심이 가야 더 알아보겠는데 도무지 관심이 가질 않았다.
'때가 되면 사겠지.' 하는 느긋한 생각으로 일상을 보내던 중, 가벼운 마음으로 당근에 육아 용품을 검색해 봤다. 아기 침대 나눔부터 아기가 쑥 커버려 한 번도 입히지 못했다는 아기옷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상품이 올라와 있었다. 하나씩 눌러보다 보니 대략적으로 어떤 제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어느 시기에 활용도가 많은지 자연스레 익힐 수 있었다. 육아 용품을 당근으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개미가 개미집으로 식량을 나르듯이, 당근에 육아 용품이 좋은 상태로 올라오면 잽싸게 판매자에게 채팅하여 물건을 집으로 나르는 일에 맛이 들린 것이다. 소위 '육아는 템빨'이라는 말을 하는데, 대부분 신생아 시기 석 달 정도만 쓰고 못쓰게 되기에 제값 주고 사기는 아까웠다. 있으면 좋은데 가격이 비싼 육아 용품은 당근으로 사는게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에 나의 당근 중독은 나날이 더해갔다.
그렇게 모은 아기 용품이 어느덧 창고방의 3분의 1을 차지해, 창고방은 한층 더 창고방처럼 보였다. 아기가 태어나면 창고방을 아기방으로 써야하기에 더이상 정리를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스를 나누어 아기 용품을 쓰임새 별로 분류하고 정리하기를 두어 시간, 마침내 창고방이 아기방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아직은 창고방 같다는 말이다.) 그래도 아기 용품 하나하나를 정리하면서, 태어날 아기의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설레었다. 이제 준비할만큼 준비했으니 당근은 좀 자제해 보기로 한다.
아, 아직 아기침대를 못 놨지. 당근 키워드 설정: 아기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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