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장기 출장으로 신혼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나는 워낙에 혼자인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편이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초저녁에 잠이 들어도 씻고 자라고 깨우는 사람이 없고, 샤워 후 맨몸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의 특권과도 같다. 하지만 나홀로 자유의 기쁨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는 동안에도 나 이외에 아무런 인기척 없는 집안은 허전하기 그지없다. 잠결에 이불을 다 걷어차고 자는 나를 위해 이불 덮어주는 손길이 없고,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같이 먹을 이가 없는 것다는 것은, 생각보다 퍽 외로운 일이다. 내 옆에 있던 이의 빈자리가 사무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제 나는 혼자보다 함께가 더 익숙한 사람이 되었나보다.
남편이 오면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를 같이 봐야지.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치킨을 시켜서 먹어야지.
혼자 있는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조잘조잘 얘기해야지.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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