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지난 명절에 아들에게 받은 ㄹㄷ상품권을 들고, 마음 먹고 돈 쓰러 아울렛에 갔다. 사실 엄마와 나는 나가서 돈을 잘 못 쓰는 자린고비파에 가깝다. 자린고비들은 웬만해선 물건을 바꾸지 않고 오래 쓰기 마련이다. 모처럼 아이쇼핑이 아닌, 무엇이라도 사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간 것이었지만 둘다 선뜻 사야겠다는 물건이 없었다. 이대로 주차비만 내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까 싶은 순간, 청소기가 떠오른 것이다.
본가에 몇 해 전 내가 엄마 생신 선물로 사 드린 다이슨이 운명을 달리한 후, 이렇다할 청소기 없이 지내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즉시 아울렛 내에 있는 가전제품몰로 이동해 다이슨의 빈자리를 대신할 청소기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온갖 브랜드가 모여 있었기에 도무지 무엇이 우리 입맛에 맞는 청소기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워 옆에 서성이던 직원분에게 SOS를 요청했다.
직원분은 신기하리만치 토토로의 눈과 입매를 닮은 남자분이었는데, 우리가 물어보는 바에 대해 친절하고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그는 제품 추천에 앞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물었다. 청소기의 실사용자인 엄마에게 의견을 묻자, '가벼우면서 흡입이 센 것'이라고 했다. 가벼움과 흡입은 상관관계가 반비례하는지 토토로를 닮은 그분 얼굴에는 잠시 난색이 드러났지만, 이내 한 가지 제품을 추천해 주었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엄마의 무리한 요구에도 부합하는 제품이라 마음에 들었다.
'이거다' 하는 눈빛을 교환한 엄마와 나는 그 후에도 청소기가 잘 작동하는지 충전해서 직접 써보고 최종적으로 구매를 결정했다. 드디어 상품권으로 지불하여 물건을 사는 순간, 주차비는 걱정없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친절하게 제품 설명해 주셔서 감사해요."
떠나기 전 감사 인사를 전하는 모녀에게 토토로를 닮은 특유의 미소와 함께 손사레를 치는 직원 분.
앞으로 본가에 있는 청소기를 볼 때마다 토토로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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