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이 식당을 오픈한다고 한다. 걱정하는 마음 반, 응원하는 마음 반으로 주변 상권도 볼 겸 혈육이 계약한 가게를 보러 갔다. 가게를 보러 온건 이번이 세 번째다. 한 번은 저녁에, 한 번은 토요일 낮에, 그리고 주일인 오늘. 사실 오늘은 혼자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몇 년만에 카페 그루비를 찾아간 것이다. 그 카페가 공교롭게도 혈육이 얻은 가게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었다. 겸사겸사 혈육의 가게 주변을 또 유심히 보고서야 오늘의 목적지에 들어섰다.
카페 그루비는, 3년 전 쯤 분위기 좋은 곳을 잘 찾아내는 교회 언니 덕에 알게된 곳이다. 짙은 색의 나무가 주된 인테리어 소재로, 그리 넓지 않은 가게 안에 들어서면 고풍스런 오두막집에 온 느낌이 든다. 조명의 조도가 낮지만 곳곳에 부분 조명이 있어 개인 작업을 하기에 적절하고, 벽면을 두른 책꽂이에는 손님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 꽤 많이 비치되어 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족해지는 곳이랄까.
주말이라 그런지 카페 내부에 사람이 많았다. 비엔나 커피를 주문하고 넓은 원목 책상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카페의 전체가 눈에 들어오는 자리를 선호한다. 그 자리에 앉아 커피가 나올 때까지 오랜만에 찾아온 카페를 눈에 담는다. 몇 년 전 느낌 그대로인 점도, 미묘하게 달라진 점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인테리어 분위기는 그대로인데 손님을 응대하는 점원은 다르니 그 조합이 또 다르게 느껴진다.
어느 매장이든 그 매장에 대한 인상은 공간 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단골 가게의 주인이 바뀌면 다른 것은 모두 그대로임에도 발길을 끊게 되는 이유이기도, 혹은 반대로 안 가던 곳의 단골이 되기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무뚝뚝한 점원의 응대로 카페 그루비의 매력도는 다소 감소했다.
커피 몇 모금을 홀짝이는 동안 카페에 대한 감상을 끝내고 노트북으로 작업할 것이 있어 두어 시간 작업을 했다. 중간 중간 머리를 식힐 겸 책장에 꽂힌 책들을 구경하고 몇 장 읽어보는 여유도 누렸다. 조용해서 집중해 작업하거나 책을 읽기에는 딱인 곳이다. 혈육이 식당을 오픈하면 음식을 팔아주고 종종 이곳을 다시 찾아야겠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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