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김창옥님이 나왔다. 내가 김창옥님을 처음 알게된 것은 엄마를 통해서였는데, 그의 재치있는 입담에 감탄하여 나도 엄마를 따라 그의 팬이 되었다. 라디오에서는 시청자 고민 신청도 받았는데, 50대인 분의 고민이 뽑혔다. '이제는 나를 찾고 싶다. 나를 찾기 위해 어떤 행동을 시작해보면 좋을지 알고싶다.'
나라면 저 질문에 어떤 답을 할지 생각하니 쉽지 않았는데, 다음과 같은 김창옥님의 코멘트가 이어졌다.
'돈이나 명예, 어떤 이익이 생기지 않더라도 자신이 했을 때 즐거운 일, 시간이 빨리 가는 일을 해라.'
좀 뻔한 말로 표현하자면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여태 자라면서 들어온 말은 어떤 목적을 위해 애쓰라는 말이 많아서, 생각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쉽게 떠올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나도 이루고 싶은 일들로 버킷리스트를 쓰라면 얼마든지 쓰겠는데, 그저 즐거워서 시간이 순삭되는 일을 떠올리기는 다소 어려웠다.
예전에 티비에 나온 모 교수가 말하기를 몇 십년 만에 안식년을 가졌는데, 그간 너무 지쳐 자신이 좋아하는걸 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마음 먹었는데 도통 뭘해야할지 막막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물며 교수가 안식년을 가져도 찾기 힘든 일인데,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참 팔자 좋게 들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럼에도,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고민 신청을 한 50대 분이 '이제는 나를 찾고 싶다'는 것도, 이제껏 앞만 보고 달려 와서 생긴 바람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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