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을 배운지 어언 7개월, 초기에는 소품을 만들다가 이제는 옷을 만들기 시작하니 초보티를 벗어 던지고 슬슬 가정용 재봉틀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집에 재봉틀을 들이면 소품도 옷도 하루에 한 개씩 뚝딱뚝딱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생각만큼 실제 사용 빈도가 많을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여태껏 욕심껏 구입하여 먼지 폴폴 내려 앉은 장비들-어쿠스틱 기타, 우쿠렐레, 메트로놈, 서핑보드...-을 보면 재봉틀도 그리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어떤 제품이 좋은지 검색이라도 해볼까 싶어서 재봉틀 카페에, 블로그 리뷰에, 유튜브까지 샅샅이 보고났더니 사고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결국 실물을 보고자 집 근처 재봉틀 매장에 찾아갔다. 천, 도안 등 부자재와 함께 재봉틀을 팔고 있는 곳이었다. 한 쪽에서는 수강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었다. 재봉틀을 보러 갔으니 가장 잘 팔리는 세 개의 제품을 비교해서 봤다. 확실히 비싼 모델일수록 자동화 기능들이 더 추가되어 사람의 노고를 덜어주었다.
점점 고가의 모델들로 올라가면서 보다가 천에 자수를 자동으로 놓아주는 자수겸용 모델까지 보게 됐는데, 눈앞에서 금새 완성되는 자수를 보고 '우와'를 연발했다. 핸드폰과 재봉틀을 무선으로 연결하여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을 천에 새길 수도 있었다. 가정용 재봉틀이 이렇게까지 발전했다니 놀랍고 신기하면서 '어머 이건 꼭 사야돼.'하는 마음이 들었다. '곧 아이가 태어나니 소품에 아이 이름을 새길 때 필요해.'부터 '남편이 그림을 잘 그리니까 그림을 천에 자수로 새기면 좋겠네.'까지 내 머릿속은 눈 앞의 만능 재봉틀을 사야할 온갖 이유들로 금새 채워지고 있었다.
못하는게 없는 재봉틀의 가격표를 흘끔 본다. 원래 내가 생각한 재봉틀 구입 예산의 4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잠시 주춤했지만 내 귀에 누군가가 '적금을 타면 못 살 것도 아니지.'라고 속삭인다. 그 생각에 홀랑 넘어갈 뻔했지만, 이성이 살며시 돌아온다. 과연 내가 재봉틀의 값어치만큼 활용할 것인가 하는 확신이 없으므로 덜컥 구매한다면 후회할 것이 뻔한 일이었다. 아무리 기능이 많으면 뭐하겠나. 그만큼 써먹어야지. 또 쳐다보면 재봉틀이 나를 붙잡기라도 할 것 같아 빠른 걸음으로 매장을 빠져나온다. 집에 와서도 고가의 재봉틀이 아른거리기는 했으나, 여전히 집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과거의 내가 욕심껏 구매한 물건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가정용 재봉틀 구매건은 시간을 좀더 두고 재고해 보기로 한다. 달콤한 유혹으로부터 벗어난 나 자신을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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