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차가 많이 막힐 것이 뻔한 토요일이지만, 엄마와 함께 옆옆 동네인 시흥으로 계획에 없던 나들이에 나섰다. 언젠가 시흥갯골생태공원에 가봐야 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곧 날씨가 추워지고 내 배가 만삭이 되리라는 생각이 스치자 즉흥적으로 시흥 나들이를 강행하게 되었다. 네비에 뜨는 시간을 믿고 호기롭게 차를 끌고 나갔으나, 예상 소요 시간 50여분이 거의 두 배로 뻥튀기 되었을 때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날씨가 좋은 주말이라 갯골 생태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주차난을 뚫고 차에서 내리니 꽤 넓은 공원의 풍경이 펼쳐첬다. 여유있게 돌아본다면 1~2시간은 걸릴 규모였다. 탁 트인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였다. 발걸음을 옮기니 가을 꽃, 갈대밭, 핑크뮬리 등이 눈에 들어왔다. 가을 꽃도 봄꽃 못지않게 꽤 다양하구나 싶었다. 공원 절반 정도를 지나자 갯골 생태 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염전과 소금창고도 보였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모래처럼 만지고 쌓아 놀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소금밭도 있었다. 배 속에 있는 아이가 태어나고, 걷고, 어느정도 말을 하기 시작할 때 함께 나들이 오는 상상을 해본다. 우리 아이도 저 소금밭에서 꼬물꼬물 놀게될 날이 오겠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가까운 곳에 푸드트럭이 보이자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서너개의 푸드트럭 앞에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들이 여러 개 있었는데,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있어서 누군가 일어나면 재빠르게 자리를 잡아야 했다. 늦은 점심 무렵이었지만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엄마와 나는 부리나케 라면과 핫도그를 주문했다. 등으로 내리쬐는 햇볕의 열기가 한여름처럼 덥게 느껴졌지만 뜨거운 라면을 후후 불면서 먹었다. 기계로 끓여준 라면을 처음 맛 본 엄마는 면의 적당한 꼬들함과 딱 맞춘 간에 연신 감탄하였다. 적당히 배가 불러오자 슬슬 걸어서 남은 한바퀴의 산책을 마치고, 차가 막히는 시간이 되기 전에 즉흥 나들이를 종료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라면 기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시흥 나들이에서 가장 임팩트 있었던 것은 라면인건가. 악동뮤지션의 [라면인건가]를 들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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