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말랑이 체질인 나는 근력이 없어서, 다이어트도 다이어트지만 체력을 위해 늘 운동해야 했다. 그래봐야 남들이 운동 좀 한다고 말하는 경지까지는 아니지만, 끈기가 부족한 나를 위해 종목을 바꿔가며 가늘고 길게 운동의 끈을 이어왔다.
특히 임신 전 석 달 정도는 제법 꾸준히 헬스를 했기에 컨디션이 매우 좋은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기다리던 아기가 찾아왔다. 태반이 형성되어 아기가 잘 자리잡기 전까지는 헬스를 중단하고 가벼운 산책 정도만 하다가, 안정기인 중기부터는 헬스를 다시 시작했다. 러닝머신을 타도 이전 속도의 3분의 2정도로 걷고 근력 운동의 강도도 낮췄지만, 임신으로 인해 한없이 쳐지고 무겁게 느껴지는 정신 상태가 한결 가벼워진다.
운동을 해야 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음에도 사실 운동을 가기 전에는 자꾸만 미루고 싶다. 밥 먹고 바로 가면 배 아프니까, 이 티비 프로그램이 끝나면 가야지, (그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집안 청소를 해야하니까... 이때만큼은 두뇌가 바삐 움직이면서 운동 외의 할일을 잘도 찾아낸다. 그와 동시에 찌뿌둥한 신체를 움직여줘야 할 타이밍이 지났는데, 미루고 미루는 나 자신에 대한 짜증이 올라온다.
두뇌가 만들어둔 변명과 짜증을 물리치면서 몸뚱아리를 헬스장에 데려다 놓으면 뭐라도 시작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그래도 게으름을 부리고 싶은 내 두뇌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주 느린 속도로 걷다가, 점점 빠른 속도로 올린다. 움직임으로 기분좋게 몸에 열이 오르는게 느껴지면, 기구로 근력운동을 하고 마무리 스트레칭과 함께 다리를 풀어주면 나의 헬스 루틴은 마무리된다. 운동 가기 전의 귀찮음과 짜증이 물러간 자리에는 개운함과 뿌듯함이 자리잡는다. 자궁 경부 길이가 짧거나 태반이 내려와 있으면 오히려 운동을 자제해야 하기에, 모든 임산부가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이렇게 운동할 수 있음도 복 받은 것이다.
약간이라도 땀을 흘리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면 더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이러니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있나, 라고 생각하면서 기분 탓인지 갸름해진 것 같은 거울 속 내 얼굴을 들여다 본다. 그래도 내일 또다시 운동을 가기 전 갖은 변명을 만들어낼 것을 알고 있다. 내일과 모레, 글피의 나도 내 몸뚱아리를 헬스장에 잘 데려다 놓기를 바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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